2008. 06. 28 vs 전남(A) 12R



비바람과 맞서 얻은 승리. 왕복 10시간. 경기 2시간. 낮 12시에 출발해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엄청 추웠고, 온 몸이 비에 젖고, 피곤함은 어깨를 짖누르지만, 손에 얻은 승리의 값은 그 모든 것을 잊게 한다.
늦은 새벽, 함께한 사람들과 부딪치는 맥주 한 잔. cheers, 우리의 아름다운 파랑새들을 위하여.


2008. 06. 28 vs 전남(A) 12R  l  0:2 승 ㅣ 신영록, 에두

장거리 원정은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잘 안가는 편이다. 게다가 저녁 7시 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도착하면 새벽 2시.-_-) 그런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부는지 광주를 다녀오더니, 결국 광양까지 지르고 말았다. 오랜만의 경기인 탓에 직접 보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컸던 거지. 비소식에 우비와 레인자켓까지 모두 챙기고는, 마음껏 뛸 수 있게 반바지에 샌들 끌며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광양에 도착했다.

비는 오지, 바람은 쌩쌩 불지. 너무 춥더라.-_- 진짜, 우리가 이 황금같은 주말에 이 먼데까지 와서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얌전히 따뜻한 방에 주저앉아서 tv로 봐도 되는 거 아니냔 말이지. 경기 시작 전까지 내내 이렇게 투덜댔다. 그렇게, 경기 시작.

▲ 수원 출전선수(4-4-2)
이운재(GK) - 남궁웅, 이정수, 곽희주(8' 최창용), 김대의 - 루이스(86' 안영학), 홍순학, 백지훈, 서동현(69' 이관우) - 에두, 신영록
▲ 전남 출전선수(3-4-3)
염동균(GK) - 정인환, 김성재, 박지용(89' 유지노) - 이상일(59' 고기구), 김태수, 백승민, 김치우 - 송정현(66' 주광윤), 슈바, 김명운

[휴대용 디카로 이정도라면 눈으로 직접 보는 시야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은 알 수 있을 거다.]


선수들이 몸 풀러 나오기 전, 누군가 주변 사람들에게 선수 명단을 알려주며 넋나간 웃음;을 짓는 거다. "우리 수비수 2명이야. 으하하하하하." 하고.-_- 확인해보니 웅이랑 김대의가 좌우 윙백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수비수들 어쩌니, 정말.ㅠㅠ
게다가 전반 시작하고는 얼마 안 되어서 갑자기 희주가 실려나가고 최창용으로 교체. 주변 표정들을 보니 다들 넋을 잃었다.-_- 시즌 직전엔 미드필더들이 줄줄이 실려나가서 속상하게 하더니, 시즌 중반이 되어가니 이번엔 수비수들이다. 우리, 어쩜 이러니.(그래도 계속 승리하고 있는 걸 보니 우리 좀 심하게 대단하다!)

전반은 기억에서 좀 희미한 걸 보니, 정말로 벌벌 떠느라 정신없긴 했나 보다. 지훈인 여기저기서 반짝반짝거리며 뛰어다녔고(근데 슈팅 이제 안 때릴 거니?ㅠㅠ), 영록인 정말 죽어라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데 이게 전처럼 "아이고 영록아 좀만 살살.ㅠㅠ"할 수준이 아니라, 수비진들에게 엄청 위협적인 거다. 비가 고이다 보니 공의 속도도 죽고, 그덕에 무서운 집중력으로 뛰는 신영록은 어떻게든 공을 잡아낸다. 아아. 멋진놈.ㅠㅠ 언제 이렇게 컸니.ㅠㅠ


전반엔 양 쪽 모두 조금 조용했었다면, 후반은 정말 미친듯이 타올랐는데....기사도 나왔지만,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이정수(기사보기), 그리고 이운재다.(기사보기) 후반전엔 우리 바로 앞에서 수비가 벌어졌던 터라 정말로 생생하게 선수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더욱 강렬했다. 이정수는....정말 내가 슈바였다면, 이정수 사진 프린트해서 걸어놓고 다트 던지고 싶을지도.-_- 뭘 하질 못하게 하더라;. 심판 안 볼땐 적절히 몸싸움과 신경전도 벌이고, 공격수에게 오는 공은 미리 커트하고. 한 발 앞서 움직인다. 이건 정말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다.

이운재 역시, 수원 무패의 공신이 바로 자신임을 주장하듯이 굉장한 선방을 보여줬다. 날아오는 공을 화려한 동작으로 걷어내는 류의 '눈에 보이는 선방'도 있었지만, 공격수의 움직임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가선 슛을 때릴 공간을 최대한 좁혀서 자신에게 슈팅하도록 만드는 거, 그런 게 보인다.(이런 건 수비수와의 호흡에서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게다가 한 번 걷어내곤 바로 골대 앞에 서선 2차 슈팅도 막아내는 모습이라니. 누가 우리 운재신이 뚱뚱하댔어! 아니, 뚱뚱하면 좀 어때? 저렇게 날렵하신데! 저렇게 완벽하게 막아내는데!!!! 경기 끝나고 "오늘의 mvp는 이운재라고! 운재신도 mvp한 번 줘!"하고 나혼자 울부;짖고 있으니, 앞에서 사진 찍느라 여념없던 제임스 마스가 "마자요~!"하고 나에게 동의했다. 정말로, 운재신이라니까.ㅠㅠ

그리고 이운재와 이정수, 이 두사람은 갑작스럽게 뛰게된 최창용을 때론 다독이고, 때론 혼도 내면서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를 잘 이끌었다. 이운재야 10년 넘게 하던 일이니 그렇다 치지만(희주도 그렇게 키우신 분이잖아. 으하하하.), 이정수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한 건 조금 의외. 이분, 이날 심하게 멋지셨다.

간혹 이운재가 걷어낸 공이 위험지역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때엔 다른 선수들이 끝까지 걷어낸다. 김대의가 그랬고, 최창용이 그랬다. 어색한 자리에서 뛴 김대의와 남궁웅은, 부족한 수비력은 투지로 커버하면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이 두 선수가 풀타임을 뛴 건 그래서 또 감격.) 특히 웅이는, 특유;의 그 성질을 또 보여줬는데....장면 자체는 전적으로 전남 박지용(맞나?;)의 잘못이지만(넘어진 애를 다리를 잡고 밖으로 끌다니. 그게 무슨 짓이니.-_-), 거기에 살짝이나마 차는 듯한 액션을 취한 최창용도, 발끈해서 뛰어온 남궁웅도 조금 위험했다.(최창용은 경고 한 장 있었다고;.) 그 웅이 말리느라 또 버럭하신 운재씨다. 이렇게 까칠까칠한 웅이를 보며 친구의 명언 한 마디. "남궁웅은 가시 돋힌 장미." ................웅이가 좀 곱긴 하지....그래....거기에 까칠하기도 하지.....그래.....맞아, 인정.


후반에 수비들이 워낙 잘보여서 이쪽에 대해서만 자세히 적었지만, 공격진 역시 무척 좋았다. 사실 경기장에선 첫 번째 골을 제대로 못봤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진짜 멋지더라. 동현이 크로스도 예술이고, 영록이 헤딩도 최고.(나 이런 슈팅 되게 좋아한다. 울산전 영록이 골은 다시 봐도 짜릿한 걸.ㅠㅠ) 이어 터진 에두의 슛은 참...그게 그렇게 들어갈 줄이야. :-) 순식간에 2:0이 되어버리자 그랑들은 난리가 나서, 후반부터 다시 굵어진 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신이 나서 광썹모드. 나도 다른 일행들도 목이 쉬어라 노래를 부른다.

이후 영록이의 파울이 불어진 장면도 너무너무 아까웠고(tv로 보던 친구가 파울 아니라며 흥분해서 문자를 보냈다;.), 이관우가 투입되면서 보여준 몇 번의 멋진 패스도 인상적. 한동안 컨디션이 안 좋아보여서 좀 아쉬웠는데, 이날의 모습을 보니 좀 나아진 것 같기도. 이관우의 멋진 패스-에두의 슈팅 시도 후, 멀리서 에두와 서로 마주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장면은 좀 훈훈했다.(에두의 관우사랑이란 참....;)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다들 어찌나 신이 났던지. 이 먼 곳까지 원정와서, 게다가 부상으로 인한 선수 공백에도 불구하고 승점 3점을 얻었으니 누가 기쁘지 않을까. 서포터석을 향해 다가오는 선수단 사이에서 슬라이딩하자는 손동작이 슥삭 나오고(내가 본 바론 이관우가 선동했다;;.이 분 완전 신나서 웃으며 달려오시더라.), 바로 멋진 슬라이딩~. 운재씨는 운재씨 답게 뒤에서 걸어오시고, 지훈인 낄 자리가 애매했는지 그냥 포기. (게다가 창용인....굴렀다!!!)
[사진 : 블루포토 신철호님]


수원에 도착한 게 새벽 2시.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건만, 그렇게 집에 와선 맥주 한 잔씩 하면서 네이버 동영상으로 후반전만 다시 보는 우리라니. 그러고 잠든 게 5시쯤. 하루를 몽땅 '수원삼성'에 쏟아버린, 징그러운 일행들이다.


오랜만에 본 경기, 이렇게 멋진 승리를 안겨줘서 고맙고-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날이 이어지겠지. 이번 주 수요일은 빅버드에서의 경기다. 두근두근. 얼른 보고 싶네, 우리 홈경기.


+ 이날의 습득물. 백지훈 '나름' 웃는 사진.
수원팬은 웬만해선 알 그아저씨(이름은 모른다;;. 김씨아저씨...라던가?;;)가 기분이 좋으셨는지, 사진 찍으시다가 맨 앞줄에 현상 사진을 마구 뿌리셨다. 사실 내가 받은 사진은 김남일이었는데...... 김남일과 지훈이 맞바꿔준 그대, 고마워요.ㅠㅠ

by 미스트 | 2008/06/30 21:03 | There for you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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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리비 at 2008/06/30 21:19
저도 그날 그 야밤에 집에 들어와서 다섯시까지 웹서핑과 네이톤질;;하면서 온갖 기사 다 읽었댔어요-_-;; 정말 너무 멋진 경기였고, 한 선수 한 선수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경기였습니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저희는 엄청 설레발;로 우리 팀에서 MVP 추천한다면 누구로 하지? 하고 고민했었는데, 다들 좀 골고루 잘 해서 현 시점에서는 운재씨가 제일 객관적으로 받을 만 하다고 우리끼리 결론...뭐 하반기까지 다 되어 봐야 아는 거지만, 지금으로썬 그렇더라구요^^. 그날 정말 감동이었어요.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6/30 21:37
전 친구집에서 잤는데, 셋이서 맥주 마시면서 기사 읽고, 또 후반전 다시 보고... 다들 어찌나 신이 났는지.
요즘의 이운재는 참 감동이예요. 이날은 더군다나..바로 뒤에서 보니 어찌나 멋있던지.ㅠㅠ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Commented by 푸른별빛 at 2008/06/30 21:28
후반에 부딪쳤던건 박재홍이죠...나름 국가대표출신에 해외파;; 그 때 남궁웅 뛰어가는거 보고 덜컥 했었다는...후반 정말 재미있었죠. 세번째 골이 될 뻔했던 장면, 정말 골이 되었더라면 한 5:0도 가능했을 듯...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6/30 21:41
그 박재홍선수는 지금 경남에 있습니다만..^^; 이름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하셨나봐요.
최창용을 잡아당겼던 선수는 박지용이 맞는 것 같네요. 그 세 번째 골장면은, 정말로 많이 아쉽습니다.ㅠㅠ
Commented by 푸른별빛 at 2008/07/01 18:15
헛....박지용 선수가 맞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woodol at 2008/06/30 22:38
그아저씨는 박씨아저씨-ㅅ-!!! 입니드아~ 하핫.
(주로 예쁜 처자들에게만 사진을 뿌린다는-_-)
폭주하는 궁웅을 보며 흐뭇해했던건 나혼자뿐인가!!!!-_-;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6/30 23:18
이날 기분 좋으셨는지....마구 뿌리셨음. 후후후. 앞줄에 있던 남자들도 꽤 받았어.
아니 뭐.......성질부리는 웅이마저 예쁘구나~하며 구라양의 저 명대사가 튀어나온 것이지요. 으하하하.
Commented by 안경소녀교단 at 2008/06/30 23:36
지금의 수원이라면 전남 정도는 3:0으로 이길줄 알았는데 2:0이라서 아쉽더군요.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7/01 18:03
흠, 그런가요. 맨유도 레알마드리드도 리그 하위권을 항상 다득점으로 이기진 못하는 법이죠.
전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승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데요?
Commented by minvon at 2008/07/01 00:21
슬라이딩은 이관우가 선동하고 대의씨가 장단을 맞춰주었쬬!
이 경기를 직접보았다는게 정말 행복해요 ^^ 안갔으면 후회할뻔했어요. 후후~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7/01 18:03
저도 안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습니다.^_^ 관우씨 대의씨 같이 신나서 웃는 거 보는 게 얼마만인지...참 좋았어요.^^
Commented by 소라 at 2008/07/03 09:26
남일씨 사진이 없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젠장 ;;

가시돋힌 장미 웅이 :D ㅋㅋㅋ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7/03 13:24
헐..구라네 두고 온 거 아냐?ㅠㅠ 없어지다니......ㅠㅠㅠ
Commented by 구라 at 2008/07/03 16:09
우리집에 사진없다;; 잘 찾아봐~

그나저나, 저 말에 파랗게 하이라이트까지 해놓을 건 없잖;;;

(그래놓고 북패전에 웅이 안나왔다고 울고 있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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