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09. 15 'Thrill me' : '나'의, '그'를 향한 이야기



Thrill me

2008. 09. 15 18:00 충무아트홀

그 : 김무열
나 : 이창용

 


미리 밝히자면, 나는 ‘무대예술’에는 전혀 조예가 없는 인간이다. 지금껏 본 거라곤 연극 두어 번과, 뮤지컬은 ‘헤드윅(오만석)’이 전부. 그러니 어떤 깊은 감상을 기대하는 건 좀 무리다. 공연 내용은 다 집어치우고, 순전히 ‘감상’만 주절주절.

춤이 없는 뮤지컬, 연극에나 어울릴 법한 구성과 무대 사진. 퇴근길에 보는 어둡고 진한 포스터.(생각해보니 이 포스터, 김무열+이창용이다.) ‘쓰릴 미’는 이런저런 이유로 관심이 가던 공연이었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내겐 워낙 낯선 세계라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마침 뮤지컬팬인 지인이 ‘같이 가자’고 해주셔서 졸래졸래 따라가서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 힘들다는 김무열 공연 B열에, 관객석도 굉장히 조용하고 침착했고, 또 지인의 말로는 이번 공연이 ‘무돌(김무열,이창용 페어의 애칭)페어’의 정점이었다나. 꼭 언니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극의 배경을 숙지해야 감상하기가 더 좋은 공연인 ‘쓰릴 미’인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나도 보는 내내 두 배우가 내뱉는 감정들과 서로 부딪치는 신경전과 팽팽한 힘싸움이 와 닿았으니 두 사람이 정말 제대로 한 건 맞나 보다.

 

김무열의 그.
‘너, 오덕이가 아니었구나…….’

뮤지컬계의 아이돌이란 소린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게 김무열은 ‘오덕’이었다. 그런데 공연에서 처음 등장하던 순간, 오덕이는 이제 안녕. ‘모두가 리차드를 원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그 광기조차 굉장히 매력적인 남자가 보였다. 아이를 유혹하던 단독씬은, 리차드가 누구인지를 너무 잘 보여주던 장면. 그때의 그는, 정말 무섭고,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그 눈부시던 소년이 차츰차츰 불이 꺼지면서 무너지는 모습은, 그래서 더 슬펐고.
……………..그나저나 욕이 너무 감칠 나신다, 이분.


 
 

이창용의 나.
‘너, 누구니?!!!!’

김무열의 리차드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눈빛도, 표정도, 아름다운 몸으로 내뻗는 동작도. 그에 비해 네이슨은 작고, 어둡고, 나약해 보였다. 표정조차도. 미리 들었던 이야기도 ‘네이슨은 리차드에게 질질 끌려간다.’라는 식이었으니까, 네이슨의 캐릭터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던 편. 그런데 뭐야, 안 밀리던데? 굉장히 약하고, 불안한 건 맞는데 결코 ‘그’에게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녀석은 아닌 거다. 굉장히 팽팽했어, 극 내내. 온종일 ‘그’에게 사랑해달라고, 안아달라고 말하는 네이슨이지만 그건 부탁이 아니라 당당한 요구. 리차드의 그 눈부심 아래 감춰진 그림자까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기에 결코 리차드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쫓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이 가고 있는 거야. 리차드 옆에 서서.

김무열보다 키도 작고, 외모도 굉장히 여리고 순해 보였던 터라, 그래서 더 이런 네이슨의 이미지가 인상 깊었다. 나중에 싸인 받았을 때 말해줄 걸 그랬어. 이 공연 오늘 처음 봤는데, 참 좋았다고. 당신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누가 이창용씨께 좀 전해주세요.

 

그들.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두 사람이 파멸까지 가는 동안 어떠한 관계를 이루는가,에 대한 의문.

딱, 서로 보여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 리차드는 그의 방식대로, 네이슨 역시. 그게 잘 보여서, 후반부에 서로 격한 감정싸움을 하는 동안 나도 긴장했었다. 리차드에게 밀리고 난 뒤에 분노하던 네이슨의 얼굴, 리차드의 키스를 거부하던 그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경찰차 안에서 서로 바라보던 두 사람의 감정표현도 인상 깊었고.

사실은 일부러 그랬다고 말할 때, "에에? 뭐야! 아까 떨던 건 진짜였다고! 그럼 연기 중에 또 연기한 척 했단 거야? 거짓말!!네이슨이 그럴 리가 없어!!" 했는데, 나중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끄덕. 내가 느낀 네이슨은, 그걸 일부러 할 만큼 잔인하진 않지만 그 상황을 이용해 리차드를 무너뜨릴 의지는 있는 사람. 그렇게 해서 그를 가질 수 있다면. 그러고 나니 경찰차씬에서 네이슨의 그 아파하던 얼굴이 다시 떠오르는 거다. 그때 그 사람, 자신의 거짓말로 무너지는 그를 보며, 입으론 우린 함께라고 말하는 동안에도 아파하고 또 미안해하면서 많이 울었겠구나- 하는.

네이슨에 집중한 감상이지만, 그만큼 리차드가 매력적이었기에 네이슨이란 캐릭터가 제대로 보였겠지. 김무열의 매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듯. 그가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역할에 있어선 이보다 잘어울리긴 힘들 것 같다.


엔딩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던 ‘나’의 눈물과 함께.




 

나중에 같이 본 사람들과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도 공연에 대한 감상을 좋게 하는데 일조를 한 것 같다. 역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다. 뮤지컬팬이라는 분은 이 공연을 여러 번 본 터라 예전 공연에 대한 에피소드라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좀 신기했다. 내가 본 ‘쓰릴 미’와는 참 다르다는 느낌? 캐스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아무래도 2인극이니 그게 더 큰가 보다. 문득 이창용이 다른 ‘그’를 상대로 연기하는 게 보고 싶어졌다. 이날 본 네이슨과는 또 다를까? 어떨지 좀 궁금하다.

 

 
아, 그리고 두 사람의 노래는 정말 좋았다. 둘다 목소리가 워낙 예쁘고, 하모니도 참 좋고. (X님, 저 엠피 주세요....) 귀도 더없이 즐거웠던 공연. 그리고 또 하나, 예상 외로 러브씬의 수위가 높았던 터라(난 키스신 한 번 정도라고 생각했....) 좀 당황;. 미리 이야기 좀 해주시지요.....;;;.



오랜만에 본 뮤지컬이 이만큼 만족스러워서 참 다행.
(우리 경기 빼곤)다 좋았던 추석 연휴는 이렇게 끝이 났다.


 

by 미스트 | 2008/09/16 15:21 | Show me money | 트랙백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inblue.egloos.com/tb/390543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러븐 at 2008/09/18 18:03
와아.. 이렇게 멋진후기.. 잘봤어ㅠㅠ 그리고 공연 즐겁게 봤다니 추천한 사람으로써 너무 기쁘고 좋아 !

수위 이야기를.. 내가 안해줬던가...
하긴, 나도 자체첫공때 '움찔 움찔 경악, 으아아아' 이런 과정을 밟았었던거같은데.
관람횟수가 늘어나면서 별로 신경을 안쓰게 된 연유로..... 놀랐다면 미안 ㅎ

근데 사실 이 공연을 추천할때 러브씬 수위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부분도 있어.
극 내용상 매우 부수적인 부분이고 연출이 노골적으로 쓸대없이 수위를 높인 측면도 있어서
오히려 공연 전부터 공연 이미지에 선입견을 줄까봐;
직접 보고 그 부분이 부수적인 사항일 뿐이라는걸 알게 하는편이 낫지 뭐 그런거?


엔딩에 대한 해석은 다들 너무 달라.
직접 이야기해주기도 했지만 엔딩부분이 그 부분만 연기해서 내용을 결정하는게 아니라
한시간 반동안 쭉- 한호흡을 이어오다가 그부분에서 터뜨려줘야 하는거라,
공연 전반적인 분위기에 따라 같은 페어라도 좌지우지 되는 경향도 있고. 서로 다른페어끼리는 말할것도 없고.

창용네이슨 같은 경우
네이슨의 캐릭터가 강해지려면 충분히 '진짜 일부러떨어뜨리'거나 '실수로 떨어뜨렸으나 떨어진걸 보고도 그냥 놓고 온' 정도의 연기도 가능했으리라 보는데
(작년의 강필석 네이슨과 최재웅 네이슨이 저랬다고 했었지)
그정도 수위까지 가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에 알맞는 적당한 선까지만 발전시켰다는 생각이야.

게다가 김무열의 리차드가 올해 굉장히 사랑이 넘치는 (창용네이슨에게만은) 사람이라
너무 냉정해지고 강해지면 자칫 개자식 네이슨'이 될 수도 있었겠지.
그래도 저를 사랑한다는 애를. 저렇게까지 망가뜨리나. 저도 사랑해놓고. 그렇게 집착해놓고.
라는 식으로.

하지만 무돌의 엔딩은 응징이 아니지, 네가 말한것처럼 리차드를 '무너뜨리는'건 네이슨이 맞지만
네이슨의 목적은 '무너뜨리는것'에 있는게 아니기때문에
(웅네이슨같은 경우는 니가 망가지든 말든 널 잡아챘으니 난 만족해 였다고 들었어.)
그래서 그 마지막 미안하고 안쓰러운 눈물도, 마지막 그리움에 젖은 눈물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거겠지.

아마 감옥 안에서 두사람은 매우 행복했을거야.
처음부터 네이슨이 리차드가 미워서 이렇게 만든게 아니었기 때문에.
리차드 역시 그걸 알고 있었을거고.
굉장히 귀여운 모습이지 않았으려나. 평소에 온갖 어거지부리면서 지 멋대로 하는건 리차드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안돼. 네이슨의 한마디면 온통 불만투성이의 얼굴이라도 별말없이 따르는 리차드.
뭐 그런거.

무돌은 그렇게나 달달한 페어라는 특징이 있어. 다른페어와는 다르게.
그래서... 진짜 엔딩은 더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웅-율페어같은경우는 마지막 쓰릴미 씬에서 네이슨이 웃는다더라.
이게 원작과 같은 설정인데, 이들 페어를 본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쓰릴 쓰릴 하더니 마지막에 진정한 호러가 되더라고 진짜 무서웠다고 하더라구.
나 웅율페어가 너무 보고싶어....

레전드라는 류-김페어는 그렇게 아쉽더니 이제는 아쉽지만 어쩔수없다. 라고 느끼는듯.
왜냐.







우리가 본 15일 무돌페어가 전설의 류-김과 느낌이 굉장히 흡사했을 것 같아.
물론 연기의 노련함과 장악력이 류님과 창용네이슨은 비교도 안되긴 하겠지만^^
Commented by 러븐 at 2008/09/18 18:07
그리고, 리차드에 대한 코멘 모두 찬성 ㅎㅎ
...정말 매력적인 무차드 ㄷㄷ.. 동차드랑은 엄청나게 다르지효^-^
난 무돌 처음봤을때, 그때는 네이슨의 캐릭터가 저렇게 제대로 구축되기 전이어서
리차드만 보다 나왔어. 어쩜. 그리 능숙한 동네 옵화.

관객들 다 홀리고 나오고 ㅎㅎ
아 쫄깃한욕... 진짜 좋지 ㅠㅠ

근데 나도 정말 그랬다.
보고 나왔는데, 진짜 연기를 잘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차드 역 만큼은 정말 이사람 이상의 리차드 나오기 힘들겠다. 싶었어.
이게 심해지면;;;;;; 무슨 역을 해도 '나의 리차드는 이렇지 않아!' 라고 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긴, 한번도 그랬던 예는 없긴 하지만 ㅎ

아무튼, 머리속 정리도 안하고 두서없이 이이야기 저이야기 했더니 막 안이어진다 ㅋㅋㅋ
그래도 공연보고왔더니, 무슨이야기인지 다 이해되지^^?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9/19 10:22
본문 수준의 댓글. 후훗. 언니 덕분에 더 재미있게 봤어요.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 해준 게 참 좋더라고요. 전에 공연 볼 땐 다 고만고만한 친구들끼리 본 거라, 그렇게 자세한 이야기 들을 일은 없었거든요.ㅎㅎ

흑....한 번만 외도 해야지.ㅠㅠ
Commented by 리비 at 2008/09/19 16:29
미스트님도 보셨군요. 저거 작년에 보면서 재밌긴 한데 보다가 어머, 어머, 했던 기억이...저도 내용은 대강 알고 갔는데 수위가 그 정도인지는 몰랐거든요-_- 전 최재웅-김무열 페어였어요. 무열이는 작년보다 올해 무지하게 떠버려서 무열이 공연은 구하기 힘들다던데 용케 보셨네요^^.

꽤 인상적인 뮤지컬이었는데, 저 볼때도 관객 중에 서너번 이상 본 거 같은 여자 관객이 대다수였는데 올핸 더 그렇게 된 듯;; 흥행이 되니까 제작사 쪽에서 작년보다 그런 코드를 좀 과하게 집어넣어서 작년부터 본 팬 중에서는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더군요...(아, 저도 지인이 팬이라;;).

근데 저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좀 더 웃기는 얘기도 있는데(축구팬만 웃을;;) 그 얘긴 다음에 뵙게 되면 해 드릴게요 ㅎㅎ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9/19 16:58
제가 보려고 마음 먹었던 때가 마침 4차 티켓 오픈 직전이라, 티켓 예매 전쟁에 뛰어들어서 하나 건진 거죠.ㅎㅎ 리비님도 보셨군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2인극에 구성도 그렇고, 보통 뮤지컬과는 다르기도 하고. 매니아가 생길 만도 하다 싶어요.


웃긴 이야기는 꼭 들어야겠는데요?? 저랑 이거 같이 본 분도 축구팬이라, 리비님 댓글 보고 마구 궁금해하실듯해요.ㅎㅎㅎ 나중에 꼭 들려주세요.^^
Commented by Prin at 2008/09/23 19:15
앗, 관심태그 타고 왔는데....저도 창무페어 보고싶습니다-_ㅠ
저는 8월 23일날 한번 보고 완전 이창용님 팬됐거든요...
정말 신인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지요.

28일 표를 구하고 있긴 한데 어렵네요....

후기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9/23 22:56
멋진 페어입니다. 꼭 표 구하시길 바랄게요. :-)
Commented by 러븐 at 2008/09/25 02:28
앗 위에 prin님.. 23일이면.. 창용네이슨이 변화의 조짐을 보였던 바로 그날!! ㅎㅎㅎ
아 놔. 나 왜 이런거 다 알고있음 ㅎ 사실 그날 나도 봤기땜에-0-;;

그리고 리비님.. 궁금해 하는 축구팬이자 쓰릴미팬 여기 ..
궁금해요 ㅠㅠ
미스트양 아직 전해듣지 못했나요..?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9/25 09:56
아직이요~.ㅠㅠ 저도 궁금해요.ㅠ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