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0일
2008.12.09 '즐거운 인생' : 빛나는 세기
즐거운 인생
2008.12.09 20:00 충무아트홀 블랙
Cast : 유준상, 김무열, 백주희 외.
기본적으로, 줄거리가 너무 촌스럽다. 원작이 꽤나 옛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80년대 주말 드라마에 어울릴 법한이야기를 라이브로 보고 있자니 참 답답하더란 말이지. 다른 이야기들은 그래도 재밌기라도 한데, 선영만 등장하면 축 처지면서 재미없어지는 건 어찌할까. 차라리 과감하게 선영을 없애고, 범진과 세기의 이야기로 새롭게 구성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다. 이렇게 겉만 핧듯 적당히 보여주고 말기엔 세기가 너무 아깝다고.
그리고, 이야기가 산만하다. 멀티맨도 많고, 좀더 가지를 쳐내고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 공연 시간이 꽤 긴 편인데, 집중이 안되어서 몇 번이나 시계를 보게 되더라.(물론, 내가 시계를 살핀 건 선영이 등장할 때였다;;.)
그래도 무대는 좋더라. 블랙의 작은 무대와 객석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관객들을 극으로 유도한다. 자칫 "뭐야, 유치해."하며 비웃을 수도 있는 내용인데, 관객들이 때론 즐겁게 때론 진지하게 극을 지켜보는 건 이런 부분 때문인 듯. 보고 나오는데 '엄청 재밌었고, 신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노래 좋다는 평이 참 많았는데, 정말로 선영의 노래 빼고는 괜찮았다. (아...난 진짜 이 여자 등장하는 장면들이 싫었나 봐;;;;.) 그저 노래로서 뿐 아니라, 무대에서의 안무와 잘 어우러지며 인상적인 씬을 만들었다. 교실에서 싸우는 장면이나 세기의 단독 씬은 정말 좋았다. 참, 엔딩곡도.
너무 뻔하고 촌스러운 이야기 구조가 난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보는 동안 즐겁긴 했다. 충분히 기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 좀더 잘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만 좀더 손보면 더욱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볼수 있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유준상은 노래할 땐 "나 지금 노래 연기 해요."라는 기분을 들게 해서 조금 난감했지만, 그외의 부분들은 좋았다. 연기 잘하긴 잘하더라. 술 취한 연기할 땐 보면서 한참 웃었네.
그리고, 김무열. 두둥. 바로 이 부분이 내가 '즐거운 인생' 감상에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 김무열이 이렇게 예쁘고 반짝거리는 배우였다니....미안하다, 김무열. 내가 널 몰라봤다.

'쓰릴미'를 보면서 리차드 역의 김무열에게 큰 매력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멋진 놈이긴 하지. 잘생기고, 잘 빠진 몸매에 연기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 그런데 그게 다였다. 그의 연기를 보며 반짝거림을 느껴본 적은 없다. 쓰릴미라는 극이 워낙 어두워서 라기엔, 네이슨 역의 이창용은 물론 단 한 번 봤던 김동호의 리차드도 그런 느낌은 있었는 걸. (동호의 경우는 워낙 기대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즐거운 인생'의 김무열은 다르다. 정말 반짝거려. 그냥 '김무열'로서 반짝거리는 게 아니라, '세기'가 눈부시다. C열 앞줄에서 본 터라, 유독 세기에 집중하게 되기도 했지만, 참 예쁜 캐릭터다, 이세기.
김무열의 세기는, 가슴에 깊이 담은 슬픔을 웃음으로 내보이는 소년. 밝게 웃는 얼굴과 빨갛게 젖은 눈이 참으로 예쁜 아이. 극 중에서 세기의 배경을 애써 설명해주지 않아도, 김무열이 표현하는 세기는 자연스럽게 세기가 어떤 아이인지 알려준다. 그래서 세기를 향해 애달픈 마음을 들게 하고, 손을 내밀어 안아주고 싶게 한다.
러븐 언니는 리차드가 아닌 김무열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했었는데, 웬걸, 리차드는 생각도 안 나던 걸. 그냥 세기야, 안쓰럽고 아픈 세기. 게다가 김무열은 제대로 연기를 하면서 노래할 줄 아는 배우다. 이날의 연기와 노래는 모두 최고. '새빨간 거짓말'의 막판에 씨익 웃는 순간, 내 눈에서도 눈물이 툭 흐르더라. 자리가 좀 사이드다 보니 나는 이씬에서 세기의 옆모습만을 봤는데 앞에서 다시 한 번 '새빨간 거짓말'을 보고 싶다.
게다가 키가 크고 몸이 예쁜 배우라, 과장된 움직임들과 액션, 춤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너무 예쁘더란 말이지. C열 앞줄에서 보면서, 세기가 긴 팔과 다리를 죽죽 뻗어 움직일 때마다 "와아, 예쁘다."하며 감탄. 움직임이 정말 예뻐.
보는 내내 느낀 게, 세기란 캐릭터가 너무 아깝다. '즐거운 인생'이란 극의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와 가장 부합하는 캐릭터가 '이세기'인데, 그런 캐릭터가 너무 단편적으로만 소비된다. 차라리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범진과 함께 이야기를 끌어가는 쪽이 나았을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즐거웠지만 어딘가 많이 아쉬웠던 '즐거운 인생'.
그리고, 정말 눈부시던 김무열의 '이세기'.
# by | 2008/12/10 15:13 | Show me mone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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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제 당신이 나에게 뽐뿌질을 하고 낚시대를 드리우는 상황이라니..
그리고 난 그 떡밥을 덥썩 문 것 같아..
리차드는 전혀 생각 안나는 이세기. 라니. 내가 무열배우를 너무 과소평가 했었었나봐.
미안해라...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묘사한,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접해왔던,
김무열의 이세기 라는 캐릭터 참 매력적인 것 같아.
근데 정원영의 세기도 너무 궁금한데 어쩌지 ㅠㅠ
김무열에 대해선, 난 정말 이 배우한테 별 감정이 없었는데..이번에 놀랐다니까요, 이렇게 예뻤나 싶어서.
꼭 김무열 아니어도 한 번 봐요. 분명 언니도 좋아할 장면이 꽤 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