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3 14:46

2009.02.21 'Rent' : no day, but today Show me money

Rent2009. 02. 21 19;30 한전아트센터Cast : 유승현, 고명석, 고비현, 배지훈, 최재림, 이지송, 최혜진, 신미연 외.


마약, 에이즈, 폭동, 술,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 사랑, 평등, 창조. 사이버랜드, 버추얼 스튜디오. 타협을 거부하고 자유를 외치는 가난하고 젋은 예술가들. 사이버 랜드, 버추얼 스튜디오는 '2010 원더키디'시대가 다가오는 현재엔 조금 유치하게 들리고, 마약과 에이즈, 성적 취향의 문제는 이미 지루하다. 창조, 평등, 사랑과 같은 단어들은 이젠 일회용 휴지처럼 쉽게 소비되어버릴 뿐이다. 마치 흘러간 90년대 초반의 미국 청춘영화를 보는 기분. 스무 살의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경찰에게 쫓기며 "Pump up the volume!"을 외치는 모습에 두근거렸던 그때, 말이야.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공연과 사랑에 빠졌다.이 뻔하고, 유치하고, 지루한 단어들을 이야기하는 공연과.



죽어가는 제 몸이 두려워서 미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상처주면서도 다시 사랑을 찾는 로저와 여리고 유혹에 약하지만 사랑에는 강한 미미가 사랑스러워서일 수도 있고, 자기 성격만 내보이며 이기적으로 사랑하는 조앤과 모린이 바보같아서일 수도 있고, 공연 내내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참 예뻤던 콜린과 엔젤에게 반해서일 수도 있고, 항상 그들의 옆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홀로 카메라 뒤에 서 있는 마크가 슬퍼서일 수도 있고, 'no day but today'를 말하는 이 치기 어린 젊음들이 안쓰러워서일 수도, 혹은 그저 노래가 좋아서일 수도 있다.
신인들로 이뤄진 이번 렌트 배우들의 연기에는 조금씩 빈틈이 있었고, 그들의 노래 역시 완벽하진 않았지만(음, 한 명은 이 부분에서 제외해야겠다.), 그들은 패기 넘치고, 반짝거렸다. 렌트의 그들처럼. 지금껏 딱히 내가 나이 들었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렌트를 보다가 문득 '나, 늙었네.'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일은 없으니 오직 오늘을 살아가라는(혹은 '사랑하라'는) 그들의 뜨거운 외침이, 지금의 내겐 묘한 쓸쓸함으로 다가오더라고. 그래서 조금 슬펐다. 나이가 들었구나 싶어서. 단지 실제 나이 때문이 아니라(엔젤역의 이지송은 나보다 더 나이가 많기도 하고, 극 중의 콜린 등도 결코 어리지만은 않으니까.), 감정적인 문제랄까. 스물 아홉해를 넘어가면서, 어느샌가 내 안의 한 부분은 깊이 잠들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 반짝거림,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사는 간절함, 같은 것. 아아. 또 횡설수설. 분명한 건, 내가 좀 더 어렸을 때 이 극을 봤다면 정말로 많이 사랑하게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2막이 열릴 때부터 울컥-했었는데, 콜린의 품에서 죽어가는 엔젤과 자신의 사랑을 품에 안고 누운 다른 이들을 보면서 눈물이 고이더니, i'll cover you-reprise에선 내내 눈물만 뚝뚝 흘렸고, 결국 2막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눈이 젖어 있었다. 나중에는 노래를 듣기만해도 눈가가 뜨거워지더라. 어이없게도. 쓰릴미 무돌 막공 때에도 두 배우의 몰입에 나까지 압도되어서 막판에 울컥하긴 했지만 이렇게 울 정도는 아니었고, 결코 이런 느낌도 아니었다. 렌트, 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니.렌트를 본 사람들이 항상 '콜린과 엔젤'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너무 예쁜 커플이더란 말이지. 공연 내내 보는 사람들을 웃고, 또 울게 할 정도로. 이지송의 엔젤은 여자같다거나 예쁘다기보단 그냥 딱 여장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좋더라. 이 두 사람이 게이커플이란 생각이 확실히 들어서.(그런데 여기서 내가 헷갈리는 부분. 난 엔젤과 콜린을 모두 '게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사 보니 '트랜스젠더 엔젤'이라고 나오네? 트랜스젠더이면서 콜린과 커플이라고?-_-;; 아무래도 기사쪽이 오해한 듯? )
엔젤은 내내 참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콜린은 부드럽고, 자상하고, 웃음이 있었고. 참 좋았어. 게다가 콜린 역의 배우, '최재림'은 정말정말 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1막이 끝나자마자 프로그램 구입 -> 콜린 역 배우부터 확인 -> 이름 아래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경악 -> 이게 데뷔작이란 말이야??? 저 노래가? 저 연기가??

라는, 이 공연을 추천해준 모모님과 매우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거지.-_-(나중에 언니의 후기를 다시 읽으며 저 부분이 있는 걸 보고 어찌나 웃었는지;;.) 뮤지컬 자체에 욕심을 낸 것도 얼마 안 되었다는데, 우선 목소리가 좋고 노래 실력이 뛰어나서 시선이 안 갈 수가 없다. seasons of love 부를 때, 곡에 푹 빠진 표정으로 노래를 하는데 정말 돋보였다. 공연을 보고 나서 찾아 읽은 렌트 관련 기사들에서 최재림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극이 무대에 오른 초반에 그렇게 혹평이 나올 때에도 '이번 렌트의 발견은 최재림이라는 보석'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 어디서나 콜린에 대한 감탄은 빠지질 않더라고. 연기는 생초짜임에도 콜린역이 본인 성격과 잘 맞아서 소화를 잘한 것도 같지만, 어쨌든 앞으로 지켜볼 만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관련기사 읽기])


2009년, 나의 첫 렌트.많은 사람이 아쉬움을 말하고, 혹평도 하고, 흥행도 잘 안 되고 있다지만-내겐, 이제라도 발견해서 참 다행인, 예쁘고 사랑스러운 공연이다. 젊은 열기가 반짝반짝한, 안타까우면서도 예쁜 이야기.고마워요. 이런 두근거림을 주어서. :D+ 어느 정도 기분이냐면, 지금 예매해둔 29일의 쓰릴미를 다른 날로 바꾸던가 양도를 해서라도 렌트 막공을 가고 싶다....뭐 이정도?-_-;;;



덧글

  • 러븐 2009/02/27 00:33 # 삭제 답글

    ...:)

    첫번째 너의 공연을 만난걸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렌트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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