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3 17:28

09.09.12 뮤지컬 'Rent' 내한공연 : "정말로 반가워" Show me money

09. 09. 12 20:00 musical 'RENT
여의도 kbs 홀

 cast : 안소니 랩, 저스틴 존스턴, 아담 파스칼, 렉시 로슨, 마이크 맥앨로이, 니콜렛 하트, 하니파 우드 외.


위의 캐스트는 대충 쓴 게 절대 아니다. 렌트의 모두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지만, 이야기를 꿰뚫는 진짜 주인공은 마크와 엔젤. 보통은 주인공 이름을 맨 앞에 쓰잖아?


공연을 보고난 후의 딱 한 마디는. '렌트는 역시 렌트구나.'

올해 초반, 주말마다 한전아트센터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나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해줬던 바로 그 공연. 어느 평일, 너무 힘들고 피곤했던 그날. 그저 엔젤이 너무나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퇴근하자마자 한전으로 뛰어가 당일 표를 사서 공연을 보게 했던, 바로 그 렌트. 내 렌트. 렌트는, 역시 렌트였다.

어제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나오면서 함께 본 일행에게 "우리 내일 진짜 렌트 보는 거 맞아요?" 라는 소리부터 먼저 했더랬지. 이렇게 기대해서 어쩌나 싶을 만큼 두근거렸었고, kbs홀에 입장해서 무대 한 쪽에 놓여진 기타를 본 순간.....그 순간의 두근거림이란. 곧 펼쳐질 나의 렌트. 내 팀 개막전을 볼 때의 그 두근거림, 그 설렘.




지킬앤하이드 감상을 쓰면서도 말했었지만, 확실히 '오리지날 캐스트'라는 것은 좀더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나는 올해 초의 라이센스 버전 역시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확실히 그때는 조금은 어색하다거나 했던 부분들이 이 사람들의 연기에선 참 자연스럽더라. 특히 모린 공연 장면이 그랬고. 아무래도 렌트는, 적어도 이야기 자체는 정말로 미국적인 것이니까. (그 안의 이야기가 주는 감정들은 결코 지역이나 시대에 묶여있지 않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리고 또 하나. 브로드웨이 버전은 확실히 라이센스판보다 감정의 절제가 확실하다. 라이센스판에선 배우들이 참 많이 울었고, 관객 입장에서도 펑펑 울도록 하는 연출이 있었거든. 그런데 이사람들은 그렇지 않더라고. 유머를 살리고, 감정을 낮추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보여줘야할 것들은 확실히 드러낸다. 라이센스버전처럼보면서 많이 울거나 멍해지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조금 담담하면서도 렌트의 그 흐름을 충분히 전달해준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애틋하고, 참 즐겁고 행복한 느낌.


마크와 로저, 엔젤, 콜린은 벌써 오랜 시간을 렌트로 무대에 오른 사람들. 다른 배우들도 브로드웨이 공연과 해외 공연을 해왔기에 다들 참 능수능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와 로저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잖아. 이 두 사람은, '첫 번째 로저와 첫 번째 마크'였던 배우들인데. 아아 마크. 아니...님하 나이 많다면서요. 뭐그리 귀여워요.ㅠㅠ 정말정말 마크답더란 말이지. 선 밖에서 모든 걸 보고 기록하는 마크. 혼자 살아남을 사람.  너무 아픈 캐릭터, 마크. 그 마크가 그대로 뭍어나더라.
로저도 역시 최고. one song glory에서 그렇게 감정이입해보긴 또 처음이네. 그리고, 특히 이씬에서 그 그림자는 정말....ㅠㅠ 로저보다 훨씬 큰 그 새까만 그림자. 로저를 짓누르는 듯한 그의 그림자. 그게 노래와 참 어울리더라. 라이센스버전에도 꼭 도입했으면 하는 장면. 로저가 기타 직접 치는 것과 더불어 말이지. 신시는 앞으로 로저들에게 기타부터 가르치는 겁니다.ㅠㅠ 직접 기타 치니까 훨씬 감동적이잖아.ㅠㅠ  기타를 쥔 채 미미를 바라보며 in your eyes를 부르는 로저가 얼마나 처연하던지. 눈물보다 그게 더 아프고, 슬펐다.



그리고, 렌트의 의미. 엔젤. 진짜 제대로 엔젤.ㅠㅠ 처음 라이센스 버전을 보면서 조금 의아했던 건 엔젤이 너무 여성스럽다는 거. 보고 나와서는 엔젤이 그냥 게이인지, 아니면 트랜스젠더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 우리나라의 엔젤은 대체로 작고 여장이 잘어울리는 배우가 했었거든. 그래서일까, 내한 공연의 감상에서 '엔젤은 좀...'이라고 하는 평도 꽤 봤다. 내한 공연의 엔젤은 완벽히 남자.(게다가 흑인이란 점도 어색할 테고.) 그런데 난, 이 엔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넘치는 표정, 반짝이는 눈동자.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아름다운 엔젤. 아니,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어.ㅠㅠ 공연 내내 막 반짝거려. 내가 사랑에 빠질 것 같아.ㅠㅠ (게다가 진짜 미남. 콜린이 첫눈에 반하는 게 실감나더란 말이죠.)   이날, 첫 등장씬에서 드럼연주 하다가 노래 시작 때 멈칫하고는 앞에 있던 로저 보며 싱긋 웃는데, 꺄악. "ANGEL, Indeed." 대사 그대로.



내한공연 공식 홈페이지(http://www.rent-broadway.co.kr)에 올라온 today for you. 맛보기입니다. :)
공연 보면서도 느꼈지만, 이곡은 오리지널이 제대로 개념입니다. "you should hear her beat!!!!"


미미도 너무너무 예쁘고, 작고 여리면서도 참 사랑스럽고. 치기어린 열아홉 어린 소녀 같더라. 노래도 참 좋았고.( out tonight 부르는데 귀가 어찌나 시원하던지..) 모린의 보컬은 좀 아쉬웠지만, over the moon은 참 좋았고, 조앤은 근사했고.  이날 목상태가 별로였는지seasons of love의 솔로를 담당하는 배우들의 보컬이 좀 아쉽긴 했지만, 그런 거 다 감안하고서도 다들 무척이나 잘했고, 너무나 즐거웠다.


아니, 사실은 즐거웠다는 정도로는 표현이 안 돼.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보고 나오는 길에 러븐언니랑 둘이서 그저 베시시 웃기만 했으니까. 렌트는 역시 렌트, 보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이며 치유가 되는, 참 소중한 공연.


이제 공연 시간은 일주일이 남았고, 다행히도 나는 아직 손에 쥔 티켓이 남아있다. 이 행복함을 더 누릴 수 있다는 거지.
이번 렌트 내한에 쓴 돈은 또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긴 하지만, 이미 말했던대로, 렌트는 렌트니까. 기꺼이 즐기겠어요. :-)



++ 사진, 영상 출처 : http://www.rent-broadway.co.kr

덧글

  • 나디르Khan★ 2009/09/15 13:55 # 답글

    얼마나 즐겁게 보셨는지 느껴질 정도네요. 보고 싶어졌어요 :)
  • 미스트 2009/09/15 16:39 #

    아주아주아주 즐거웠습니다. :-) 그게 느껴진다니, 다행이네요. 한 번쯤 보셔도 참 좋은 공연이랍니다. (비싸서 문제지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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