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04 뮤지컬 '빨래' : 따뜻한 햇살에 보송하게 말리다




뮤지컬 “빨래”

2009. 10. 04 대학로 학전그린
Cast : 박정표(솔롱고), 엄태리(나영), 김효숙(할머니), 성소원(희정 엄마), 이영기(빵), 권형준(구씨), 조훈(마이클), 강유미.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불법외국인노동자, 부당 해고 당하는 비정규직 아가씨, 홀로 장애인 딸을 숨겨 돌보는 할머니, 자식도 버리고 나와 홀로 살아가는 아주머니, 차 대기 힘든 달동네 조그만 구멍가게 아저씨. 어딘가에 있을 게 분명한 이웃들. 무심하게 지나칠 서울의 어느 한 구석이다.

참 신파적이고 뻔하다 싶은데도 마음을 울린다. 해피엔딩을 보면서 눈물이 나는 건 왜인지. 모두 행복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

서울살이 몇 해냐고 묻는 그 마음이 서럽다. 그 서러움과 눈물과 아픔을 꾹꾹 밟아 빨아서 털어 말리는 삶의 풍경이 안쓰럽고, 그러면서도 참 곱고. 편하지 않은 소재들을, 부드럽고 튀지 않게 잘 담았더라. 또 소박하고 세심한 무대 역시 애틋하고, 따스하고, 또 슬프고.
참 많이 울었다. 캐릭터들이 뱉어내는 감정들이 자꾸 마음을 할퀴어서.


왜소한 체구에서 쓸쓸함이 뭍어나는, 참 선한 눈을 가진 솔롱고. 그리고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씩씩한 나영.
박정표와 엄태리, 둘 다 참 예쁘더라. 캐릭터 그 자체. 보기에도 무척 잘 어울려서 보는 내가 두근두근.


따스하고, 작고, 눈물도 웃음도 한껏 담은 동화 같은 이야기. 노래도 참 따뜻하고 예쁘다. 눈물도 많이 나지만.
그리고, 극장을 나서는 길에 만나는 따뜻한 인사. 예쁜 꽃 한 송이 품에 안고 돌아설 수 있다.





by 미스트 | 2009/10/05 15:26 | Show me mone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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