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5일
2009. 10. 11 vs 울산(H) 27R
2009. 10. 11 vs 울산(H) l 1:0 승 27R ㅣ 이길훈
모처럼의 주말 낮경기. 날씨가 참 좋다. 축구 하기에도, 또 보기에도 좋은 날. 물론 빅버드 잔디는 여전히 엉망이지만. 이거 올해는 답이 없겠더라. 수원컵 경기들 내리 치르면서 잔디가 엉망이 되어서 이후에 손을 못 대는 상황이라는데…에휴. 수원컵, 그게 걱정스럽긴 했어.-_- 하루에 두 경기씩, 이틀 간격으로 연달아 경기를 했으니 잔디가 배겨날까. 대체 그 주에 몇 경기를 한 거니.-_- 예전에 조용필 한 번 다녀가면 엉망되곤 했지만, 그래도 얼마 안 있어 다시 복구하곤 했거든. 그런데 이번엔 그것도 안 되는 모양. 올해는 저 모래 먼지 일으키며 끝까지 가야하나보다.
경기 전. 예상했던대로, 신가님을 위한 추모의 시간이 있었다. 전광판의 사진, 투맨의 메시지, 그리고 묵념의 시간. 한창 몸을 풀던 선수들도 잠시 멈추고는 동참한다.
▲ 수원 출전선수명단 (4-4-2)
이운재(GK)- 김대의,이재성,곽희주(전34 허재원),리웨이펑- 김두현,백지훈,송종국,이상호(후0 이길훈)- 에두,티아고(후36 박현범)
▲ 울산 출전선수명단 (3-4-1-2)
김영광(GK)- 이동원,유경렬,오범석- 현영민,오장은,슬라브코(후22 파비오),강진욱- 알미르(후41 조진수)- 김신욱,염기훈(후36 이진호)
전반 10분 가량은 삐걱삐걱. 특히나 5분도 채 안되어 벌어졌던 김신욱의 찬스 장면은 정말 황당했다. 잠깐 딴 짓 하다가 그만 ‘상호 패스미스 – ( .... ) - 김신욱 슈팅 헛발질 - 이운재 버럭’ 에서 ( ) 장면만 딱 못 봤는데, 나중에 재방송을 보니 거기 들어갈 말은 ‘백지훈 걷어내기 실수’였다.-_- 상호 미스에서부터 시작된 공이 골대 근처 지훈이한테까지 왔는데, 이놈이 걷어낸다는 게 실수해서 그만 옆에 있던 김신욱에게 그대로 연결된 거지. 갑작스런 찬스에 당황한(-_-) 김신욱이 어이없는 헛발질로 끝내지만 않았어도 여지없이 골 먹었을 상황. 이운재가 엄청 화냈었다. 백지훈, 운도 좋아….그게 골이 안 되었다니.-_- 그래도 지난 몇 경기보단 쪼~~~금 나아져서 풀타임 출장. (백지훈 선발 보며, "전반 45분 뛰고 교체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던 우리... 요즘 안티짓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_-)
전반 중반 무렵부터는 몸이 풀렸는지 수원이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펑이 사이드로 가고, 재성이랑 희주가 중앙을 맡으면서 수비가 그래도 좀 나아지기 시작했거든. 미들에서도 울산을 휙 밀어버리니 우세한 경기를 해나가더라. 쏭도 전북전에 이어 “다 죽어봐라.”모드로 그림자 지우개질 작렬. 한참 경기 뛰지 못하면서 엄청 독을 품었는지, 최근 2경기는 무서울 정도다. 여전히 아쉬운 건 오른쪽 사이드백. ‘수원 공격의 끝’이 되는 김대의의 크로스라니. 김대의가 공 잡을 때마다 투덜댔더니 앞에 앉은 아저씨가 엄청 웃으시더라.(처음엔 대의씨 팬인데 우리가 어이없어서 웃으시나 했더니, 알고 보니 우리 말에 공감하고 계셨다;;.) 안 쓰자니 아쉽고, 쓰자니 공격은 너무 쟁쟁하니 사이드백으로 뛰게 하는 것 같은데, 아니, 양상이 아무리 수비 못한다는 소린-_- 듣지만 김대의보단 좀 나을 것 같은데요.-_- 하다못해 크로스는 김대의보단 낫지 않을까? 최소한 크로스 스피드는 좀더 낮고 빠르지 않을까? 그래도 골대 근처로는 가지 않을까? ………….정말이지, 나도 김대의 보면서 이런 소리 하기 싫다고요. 아저씨 크로스 좀…제발.ㅠㅠ
상호는 한동안 못 뛴데다가 울산전이고 하니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더라. 그게 골이 되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차징 아닌 것 같더만. 체엣.-_ㅠ). 어느새 거기 쏙 들어가서 그걸 골대 안으로 집어넣니. 참 다람쥐 같긴 하더라. 그런데 그게 파울 선언되고 난 이후엔 기운이 뚝, 플레이도 뚝. 결국 전반 끝나고 교체되었다. 김두현이 오고, 길훈이가 살아나면서 가장 애매해져 버린 건 상호구나. 이날은 공을 밟으며 몸개그까지 하질 않나;;. 김신욱에, 이상호에, 김두현이랑 티아고까지 몸개그 작렬;;. 이날 전반은 여러모로 즐거웠다.=_=
전반, 가장 마음 아팠던 희주의 부상. 들것에 실려나올 때만 해도 동그라미 그리길래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시 나가려고 일어서면서도 절뚝절뚝. 도저히 안 될 것 같더라. 결국 허재원은 딱 1분 몸풀고 전반 35분쯤에 교체 투입되었다. 급히 들어간 탓에 괜찮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잘해주더라. 경기 하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혼자 몸 풀어가며 10분 뛰고, 하프타임 때도 나머지 운동;;. 그나저나 희주, 후반 시작하고선 한 발로 쿵쿵 뛰어와선 벤치에 앉아 경기 보던데. 많이 안 다쳤으니까 다시 나온 거겠지? 다치지 마. 당신 다치면 정말 마음 아파.ㅠㅠ
요즘의 그랑, 이래저래 말이 많지. 1,2층의 분열은 혹시나 했던 게 역시나가 된 거니 별로 놀랍진 않다만. 지난 전북전 때도 느꼈지만, 1층에서 제대로 목소리만 내면 2층 목소리는 1층이 쉴 때 아니면 잘 들리지도 않는다고. 섭팅 같이 할 때도 돌림노래 했는데, 1층이 잠시 쉴 때 다른 노래 좀 들린다고 크게 신경 안 쓰인다. 그냥 2층 상관 말고 지금처럼 하면 될 듯. 그 안에서야 어떤 신념과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밖에서 보기엔 그저 어깨에 힘 좀 준 응원단, 어차피 다수로 크긴 쉽지 않을 테니.
w석도 무척 적극적이더라. 아무래도 요즘 분위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은 w석이라, 일부러 더 크게 호응해주는 듯. 나도 오랜만에 목소리 키워봤다. 훗. 나도 왕년엔 12월까지 반팔 유니폼 하나 입고 뛰던 사람이라고요.(그땐 '경기 중엔 절대 나의 파란 유니폼을 자켓으로 가릴 순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었다;;. 아아....이것은 미스트 리즈시절 이야기.=_=) ............... 그래도 옐로서브마린할 때 박수는 좀 부끄러웠어요............
후반.
짜잔, 오늘의 히어로. 이길훈 등장!! 우세한 경기를 하면서도 골이 따르질 않아서 영 불안했었는데, 후반 10여분에 결국 두현-길훈이 일을 저질렀다. 코너킥에 이은 멋진 헤딩. 구석을 정확히 찔렀더라. 나중에 인터뷰 보니 자긴 헤딩 자신 있지만 수원엔 장신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단 식으로 말하던데, 정말로 니가 티아고나 범이보다 헤딩은 훨씬 나은 것 같다.=_= 본인도, 다른 선수들도 어찌나 좋아하던지. 몸푸는 선수들을 향해 뛰어와선 다같이 얼싸안고 난리. 다른 누구도 아닌 이길훈의 골이어서 참 다행이었다 싶은 게, 요즘 이길훈도 될 듯 하면서 골이 안 터지던 모양새였거든. 작년에 최성현이 딱 그랬었다. 제대 후에 전반기 동안 팀에 적응하고, 후반기에 조커로 활약했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다시 하락세. 길훈이도 그럴까 봐 조금 걱정되더라고. 그래도 얜 어시스트는 곧잘 했지만, 공격수에게 ‘한 골’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아니까. 참 멋진 골이었다. :-) 그리고, 투맨의 골 문구는 참 아름다웠다. 숙연해지던 순간. 신가님이 그토록 사랑한 팀, 신가님을 끝까지 기억할 팀. 나의 수원.
울산도 지면 무조건 답이 없는 상황, 한 골 먹으니 무지하게 위로 올라오더라. 덕분에 수비에 구멍이 숭숭. 역습찬스가 참 많았는데……………………..훗. 저마다 제 욕심에 찬스를 날려버려서 말이지.-_- 이러다가 운이 좀 따라줘서 승점은 같고 득실 차를 따지는 상황 벌어져서 피눈물 흘리면 곤란합니다.=_=
막판까지 울산이 보여준, 치열하게 한 골 따내려는 움직임은 무서울 정도였다;;. 막 몸으로 밀어붙이는데, 저러다가 떨어진 공이 굴러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서 덜덜덜. 다행스럽게도 끝까지 집중해서 잘 막아냈다. 추가시간에 오장은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울산은 이날 뿐 아니라, 남은 경기들까지 어렵게 됐고.(울산은 딱 2경기 남았는데, 오장은은 2경기 출전정지;. 오장은은 남들보다 한 달 일찍 시즌 마감이냐;;.)
종료 휘슬이 울리니 선수들이 참 좋아하더라. 정말로 ‘실낱’같지만, 아직은 희망이란 걸 가질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벼운 발걸음만으로도 오늘의 승리는 충분히 값지다.
어차피 플옵은 힘들다. ‘경우의 수’가 아직 존재하기만 할 뿐, 그게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나는 그저, 6강 진입과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보고 싶다. 아쉬움과 불만이 가득한 한 시즌이었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은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남은 세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설령 우리 운이 거기까지만 된다 해도 미련은 없을 테지. 그리고 그 좋은 기운이 FA컵 결승까지 이어질 수 있을 거고.
다음은 성남 원정. 몇 년만의 모란이다.
+ 그와중에 FA컵 결승전 장소 결정. 몇 년만에 모란가네, 했더니 한 번 더 가야 하겠구나.-_-
# by | 2009/10/15 11:54 | There for you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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