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3 16:12

2012.01.29 뮤지컬 '닥터 지바고' Show me money

뮤지컬 '닥터 지바고'

2012.01.29  18:30
샤롯데씨어터


cast : 홍광호, 전미도, 강필석, 최현주, 서영주 외


솔직히 내가 이걸 보게될 줄은(그것도 이렇게나 빨리) 꿈에도 몰랐는데, 지인의 할인찬스 덕분에 한 번 질러봤다.

2011년 호주에서 처음 개막한, 정말 ‘갓 태어난 작품’이다. 호주 이후 바로 국내 초연. 레미제라블과 비견하여 손색이 없다며 찬사를 받았다는데, 보고난 이후의 감상은 “이게 제2의 레미제라블이라면 레미즈에 대해 기대를 하지 말란 말인가….”였달까. 50% 할인을 받았음에도 후회가 되다니.... 

도입부의 아역 등장부터 관객을 웃게 했다는 게 에러..-_- 이 공연 아역들은 여러모로 난감하다.
전쟁과, 혁명. 그것들과 뒤섞인 개인의 삶. 원작은 한 남자의 일대기에 가까운 장편이고, 유명한 영화 버전은 190분 짜리다. 이런 이야기를 140분 뮤지컬 안에 담으려니 벅차다. 유리 지바고라는 남자의 삶은 물론 시대에 대한 설명까지도 뭐 하나 제대로 보여주는 것 없이, 단순히 씬과 씬의 나열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 영화를 생각하면 격정적인 부분 없이 잔잔한 느낌도 괜찮지만, 이건 너무 설명적.

확실히 연기로 보여줄게 많은 극이다. 혁명 속에서 갈등하는 사람들, 아내와 남편을 두고 사랑을 택한 유리 지바고와 라라 등 캐릭터를 보는 이들에게 납득시켜줘야 하는데 빠른 줄거리 전개가 그걸 어렵게 한다. 그냥 쟤네끼리 대사 치다가 노래하고, 사랑에 빠지니 난감. 공연 초반이다 보니 배우 간 케미도 별로 안 느껴진다. 이게 뭔가, 싶은 뜬금없는 씬도 좀 있고.

주인공 홍광호는 역시 이름값하는 매끈하고 근사한 노래를 들려주지만 연기할 때엔 순해빠진 목소리톤으로 일관해서 재미없었다. 라라역의 전미도는 링링 역으로 본 게 전부지만 사춘기 초연 때 주변에서 ‘닥찬’하던 배우. 연기 자체가 나쁠 거야 없었지만, 지바고의 뮤즈가 될 정도의 매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냥 예쁜 아가씨. 게다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좀 난감하더라. 최현주는 내내 똑같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노래하고, 대사치고. 무게감이 제대로 느껴졌던 건 서영주씨 정도?(캐릭터 덕도 좀 있고.)

여러가지 허전함을 결국 배우들의 힘으로 채워야 하는 극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좀 나아지겠으나 지금 당장 이 극에서 어떤 감동을 받으라는 건 내겐 무리다.

참. 음악은 좋다. 기억에 확 남는 넘버가 있는 건 아닌데 전체적으로 참 부드럽고 예쁘더라. 격정적인 부분 없이 전체적으로 느리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편인데, 죽죽 뽑아내지 않아도 매력적으로 노래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지바고의 넘버들이다. 그리고 번역을 참 잘해놨다. 부드러운 선율에 시적인 한국어 가사들이 얹혀서 홍광호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니 근사하긴 하더라는. 1막에서 지바고와 라라가 사랑을 확인하며 읽는 편지 문구인 'now' 는 가사에도 집중하길 권한다.


3월 즈음에 보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 물론 내가 다시 볼 일은 없겠다만.



+ 아무리 봐도 앞 열 사이드는 시야가 좀 가릴 것 같은 무대 구조다. 만약 극사이드 좌석도 VIP 가격으로 팔고 있다면, 기획사 너넨 진짜 양심 없는 거다. 하긴, 요즘 올라오는 공연 티켓값들 보니 돈 꽤 벌어야 대극장 2층이라도 앉을 수 있겠더라. 돈 10만원이 별 거 아닌 뮤지컬 바닥.



덧글

  • 2012/02/03 23:4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스트 2012/02/11 12:10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러모로 아쉬운 공연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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