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1 22:50

2012. 04. 29 뮤지컬 '모비딕' : 이제, 안녕 Show me money

뮤지컬 '모비딕'

2012 04 29 19:00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cast : 윤한, 콘, 이승현, 황건, 유승철, 황정규, 차여울



계속 모비딕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성남전을 안 봤으므로 어쩔 수가 없다.-_-;;; 어쨌든 2012년 모비딕 총 막공 감상과 더불어, 이런저런 (평소에 비하면 좀 긴) 이야기.


원래 나의 모비딕 관람 예정일은 3월 30일(딱 초연 멤버들 모였다는 그날이다.) 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결국 첫 관람은 꽤 늦은 4월 15일. 이후 22일, 24일, 27일, 29일(그 중에 24일과 27일 표는 모두 24일 아침에 구입했다.-_-;) 총 5번을 봤다. 결과적으론 공연 자체가 심하게 취향이었으니, 차라리 늦게 본 게 다행이다 싶은 마음. 다만 '윤-콘'을 조금 더 봤으면, 그리고 '신-지'를 한 번이라도 봤더라면..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긴 하다.

원래 이렇게 몰아서 공연 보는 거 되게 싫어하는데.... 그만큼 마음에 들었으니까, 인가. 사실 이렇게 된 이유는.......15일 공연을 보고난 후에 22일, 그리고 22일 공연을 보고 집에 와서는 바로 29일 표를 샀더랬다.(날짜의 이유는 그저 주말이기 때문. 평일에 공연보는 거 안 좋아하는 편이라.-_-;), 그러고 나니 막 내리기 전에 신지호도 한 번 더 보고 싶고 지현준도 궁금하고, 하지만 신-지 조합인 토요일엔 공연을 볼 수 없고..... 별수 없이 평일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이 둘을 나눠서 보자...하여 이렇게 늘어났다는 이야기.-_-(이 마음을 먹은 게 화요일 아침. 그래서 그날 표를 다 샀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15일의 공연이 "이런 뮤지컬도 있구나!"라는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줬다면, 22일은 '모비딕'이라는 하나의 작품이 내 속에서 완성됐다는 생각. 이스마엘에게, 퀴퀘그에게, 혹은 선장님이나 스타벅에게 치우치지 않고 피쿼드호에 승선한 선원들 각각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였다. 이날의 윤한 이스마엘이 좋았던 건, '과하지 않아서' 였던 게 가장 큰 이유. 장난기 어린 모습. 큰 키와 좋은 얼굴 가진 남자인데 은근히 허당, 꽤 능글능글 선원들을 잘도 약올린다. 재밌더라. 그리고 바이올린과 함께 퀴퀘그란 캐릭터를 근사하게 표현해준 콘 역시 인상적.(이 배우야 첫 관람 때 이미 목소리부터 제대로 꽂혔고.) 누가 누구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정말로 친구같던 이스마엘과 퀴퀘그. 눈물도, 격한 감정도 없지만 이스마엘은 1막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키워나가고, 2막의 절정에서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선원들의 이야기도 모두 제대로 들려줬다. "이렇게 소중한 친구가 있어.."라며 웃으면서 퀴퀘그와 피쿼드호의 추억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은. 조금 슬프지만 따뜻한 마무리 곡인 '고래잡이의 추억'에 참 어울린다는 느낌이 이날의 모비딕. 막공이 지난 지금도 전체적으로는 역시 이날 공연의 느낌이 가장 좋다. 다른 배우들의 호흡도 좋았고 노래나 연주까지 정말 깨끗했던 공연.(http://inblue.egloos.com/5101776)

너, 나, 친구.(2012.04.22 15:00)

좋은 공연을 만들어준 배우들.(2012.04.22 15:00)


그리고 24일.


지현준이 궁금해서 갔던 공연. 이날은 여러모로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다. 자잘한 무대 실수부터 마이크 사고까지. 게다가 1막 중반부터 완전히 날려 먹게 만든 뒷 좌석 사람들까지. 집중할 수가 없던 상황. 이스마엘은 이스마엘대로, 퀴퀘그는 퀴퀘그대로 옳았지만, 그 둘이 합쳐지니 내겐 좀 어색하더라.(그래서 끝까지 '신-지' 조합을 못 본 게 아쉽다.) 그렇지만 공연 기간이 더 길었다면 기꺼이 다시 봤을 조합이다. 나에게 모비딕은 어떤 배우로 봐도 좋은 공연이겠구나, 라고 이날 생각했다.

참, 이날은 이지영 네레이드와 조성현 플라스크 역시 첫 만남. 사실 이것도 24일 관람의 큰 이유였지. 역시 좋았다. 악기가 달라지니 음악도 새롭더란 사실. 이지영의 네레이드는 굉장히 따스했던 것도 재밌던 부분.


27일은 블로그에 썼던대로, 신지호와 콘의 마지막 인사. 그 두 사람이 많이 보일 수 밖에 없던 날.(http://inblue.egloos.com/5103482)
3년의 항해를 지켜온 사람들.(2012.04.27 20:00)


그리고, 29일. 총막공.
평소와 달리 객석 뒷편에서 걸어나오던 이스마엘을 발견한 순간, 그 아득한 분위기에 기분이 묘해지더라. 잠시 객석이 묘지, 혹은 난파된 피쿼드호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막공은 이벤트적인 요소가 많다. 진짜 일요일. 특히 콘의 바이올린이 굉장히 화려했던 코코보코에서의 배틀. 그리고 지현준 퀴퀘그.고래 종류를 나열하며 함께 나타난 다른 더블 배우들. "아따, 아니, 콘" 이라던 퀴퀘그의 재치. 웃음이 터지긴 했지만, 좋았던 대사다. '콘=친구'라니 말야. 흐흐. 그리고 1막 마지막의 공주님 안기. 물론 쿵 머리를 부딪친 건 진지하게 끝나야 하는 1막 끝의 묘한 개그;. 그리고 여전히 기분 좋던 이스마엘과 퀴퀘그. 좀 더 들떠있던 플라스크와 스텁. 항상 공연의 축을 잡아주는 선장님과 스타벅. 조금씩 변화하는 에이헙 선장의 디테일들. 스페인 금화는 일부러 떨어뜨린 게 아닐까 싶은데, 그거야 배우만 알 테고.

총막공 다운 즐거움이 곳곳에 숨어 있었던 1막. 그리고 c구역엔 처음 앉아 봤는데... 윤한의 피아노 치는 모습, 근사하더라. 막공이라고 유난히 더 힘이 실려서 그런지 격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 그 긴 손가락에서 그렇게 부드럽고 가벼운 터치가 나오는 것도 좀 신기했다.  왜 J님이 1열에서도 망원경 들고 손가락 보고 싶다 했는지 알겠더라는.


5번을 보는 동안 중앙 구역 - a구역 - c구역 순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여러 각도에서 공연을 보니, 이 공연의 무대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걸 실감하겠다. 아득한 분위기와 난파선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피쿼드호, 그리고 환상적인 조명. 좌석에 따라 바라보는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좌석도 참 잘 골라서 봤다 싶은 모비딕. 게다가 마지막이 c구역, 피아노 치는 이스마엘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리였다니.


이날 내 문제는, 1막이 참 즐거워서 2막 걱정을 안 했다는 거? 그래서 좀 뒤통수를 맞았더랬지.

이별의노래2 에서 많이 울던 퀴퀘그, 이스마엘의 피아노 연주도 점점 격해진다. 겉으로 드러내는 대신 피아노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파하던 이스마엘. 그리고 퀴퀘그의 죽음 장면은, 역시나 뜨거운 눈물의 시작. "이스마엘, 퀴퀘그... 친구 생겨서 행복해. 이제 안녕." 이 부분의 대사는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편이고, 이전에도 이렇게 대사한 적이 있는지야 내가 알 수 없다만... 이날은 정말 마지막이어서 그런가, 친구가 생겨서 행복하다는 말은 '콘이, 윤한에게'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젠 안녕, 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 역시 참 컸고. 이전에 봤던 윤한에 비하면 꽤 셌지만 그래도 많이 자제하던 이스마엘이 여기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리고 나 역시 여기서 처음으로, 휘청. 이 대사의 참 파장이 컸다. 그것이 내가 이 모비딕이란 작품에 가지는 마음이었으니까. 2012년에 처음 만난 모비딕. 내 친구가 되어줘서 행복했거든.

아무래도 막공이어선가, 참 많이 울던 이스마엘. 피아노 치는 뒷모습이 너무 아팠다. 뜨겁고, 격정적. 후반부엔 지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더라. 파르르 떨면서, 축 처진 몸을 겨우 추스린다. 덩치도 큰 사람이 그러니까 더 강하게 와닿더라. 추격씬에서 완전히 무너지면서, 피아노 의자도 쿵.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정말로 과하지 않아서 좋았거든. 그래서 이런 모습을 보여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배우가 이렇게 무너지니까 너무 예상 밖이어서. 여기서 또 한 번 휘청.(생각해보면 막공인 것을.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지;;.)

차여울의 네레이드는 역시 무서운데, 난 이 사람의 그 특유의 톤이 좋다. 이지영씨와는 참 다른 매력. 그리고 언제나 흔들림없이 극의 축을 잡아주는 선장님과 스타벅. 플라스크와 스텁까지 무섭게 몰아치던 연주. 오싹할 정도.  특히 모비딕으로 변화하는 베이스는, 최근 손으로 현을 뜯으면서 점점 그랬지만, 오늘은 비명까지 섞여서 정말 무서웠다.

피쿼드호에 남은 스타벅의 나직한 독백. 이승현 스타벅의, 항상 큰 흔들림없는 담담한 어조는 더 슬프게 느껴진다. "미안해." 라는 한 마디. 퀴퀘그의 아래에서 죽은 듯이 쓰러져있던 이스마엘이 겨우 몸을 일으키고, 퀴퀘그에게 바이올린을 받아들 때 얼굴이 일그러진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울음소리. 이젠, 정말 끝이 다가오고 있다.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다. 윤한. 이스마엘의 마지막 독백. 푹 젖은 얼굴로 천천히  이어가다가, "이제 내 젊음의 한부분을 놓고 온 고래잡이 배와 검고 푸른 바다에 나의 추억을.." 그리고, "바친다."에서 무너지며 울먹이는 목소리. 옆으로 뻗는 양 팔, 정말 마지막 대사 한 마디. 이제, 정말로 끝이다. (사실은 여기서 또 휘청. 하지만 막공이지.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곡인 '고래잡이의 추억'을 부르며 이스마엘이 퀴퀘그를 안은 채로 노래하다가 엉엉 우는 소리가 마이크로 새어나온다.(울던가 노래하던가 둘 중의 하나만 하시죠, 라는 생각을 하며 좀 웃은 건 죄송;.) 공연에서도 참 많이 울었던 퀴퀘그 역시 제대로 노래를 잇지 못했다. 모두 마찬가지. 다들 빨갛게 젖은 눈. 피쿼드호의 하선시간이 다가온다.



Final curtain call - 2012.04.29 19:00


그리고 이어진 커튼콜과 모든 배우들이 나와서 함께한 순간은 좀 더 행복하게, 즐겁게. 그리고 따뜻하게. 다 함께 부르는 고래잡이의 추억. 반짝반짝, 다들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웃으면서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순간. 노래 한 곡을 부르는 내내 배우들끼리 눈을 마주치고, 웃고, 포옹하더라. 배우들끼리의 따뜻한 교감이 보였던 순간. 그런 부분들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정말, 따뜻한 마지막.


행복한 항해였다. 공연 그 자체로 내게 기억될 '모비딕'. 이것이 결코 자주 오지 않는 경험임을 알고 있기에, 아주 많이 행복했다.
나는, 이 항해의 마지막을 함께해서 참 기쁘다. 


검고 푸른 바다와 피쿼드호 모든 이들을 담은  나의 추억.
내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모비딕. 이제 안녕.


기억하라, 그 이름. (2012.04.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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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5/03 17:25 # 삭제 답글

    아. 사진 좋다. 닥치고 저장. 읽느라 좀 오래걸렸다^^; 역시 윤콘도 봐야했었어ㅠㅠㅠㅠㅠ 주말내내 종일반해도 아마 내성에 차지 못했을듯ㅎㅎㅎ 신콘막공본게 어디야라는 마음도 강하지만 다른페어 못 본게 아쉽다. 그리고 앞열에서 보지 못한것도 아쉽고 그래. 그래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 공연을 본 나를 격하게 칭친한다.
    나도 여행갔다오자마자 감상썼다. 지금 써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정성들여 열심히 썼지. 원래 싸이에는 짧게 쓰는 편인데 (뮤덕처럼 보일까봐ㅎㅎ) 내 모든 정성을 들여서 감상을 썼다. 써놓고 나니 왠지 뿌듯한 기분이ㅎㅎㅎㅎ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면 기분이 좋다. 이런 기분에 느끼고자 계속 공연을 보는 것 같아. 공연같이 봐줘서 땡스~
  • 미스트 2012/05/04 11:10 #

    아직 안 올린 사진들은 생각날 때 정리용으로 올려볼까 합니닷.ㅎ
    같이 봐서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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