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8 16:44

9월의 공연 : 뮤지컬 '풍월주' Show me money

뮤지컬 '풍월주'

2015.09.22 20:00 cast : 윤나무, 성두섭, 이지숙, 윤석원, 송광일, 장이주, 최유진
2015.09.25 20:00 cast : 윤나무, 이율, 이지숙, 윤석원 외
극작 : 정민아 / 작곡 박기헌 / 연출 김동연 @쁘티첼씨어터



뮤지컬 풍월주. 초연 땐 좀 지루해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공연 정도. 후기는 한 번만 썼지만, 후에 성두섭-신성민으로 한 번 더 보기도 했다. 재연 땐 공연이 끝나자마자 뒤도 안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같이 본 친구랑 신랄하게 깠더랬지. 그리고 어느덧 삼연. 현재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니 초재연보다 후하게 볼 건 뻔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걱정하고, 그만큼 기대도 했던 첫 관람.


어릴 때부터 서로 목숨 빌려서 붙어산 두 사람. 세상에 정을 준 이가 서로가 전부일 때, 그 하나를 떼어냈을 때 남은 사람이 어찌 사나... 하는. 그런 안타까움과 애틋함. 풍월주에서 담과 열이 가지는 것. 사랑, 우정, 가족애, 그런 것들이 다 섞인 감정이랄까. 풍월주가, 소위 '글빨'있는 작가가 되게 서정적으로 쓴 소설이었다면 오히려 굉장히 재미있었을 거다. 그런데 이런 류의 이야기를 대본화시켜서 잘 채우는 건 쉽지가 않아서. 결국 무대에 올랐을 때 대본의 허전함을 대신하는 건 서정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 거기에 연출의 손길이 더해져야 하고. 매번 연출자가 바뀐 탓에, 이 작품은 초/재/삼연이 다 확연히 다르다. 

2015년의 삼연. 무대는 '운루'라는 공간 자체를 살렸다. 남자 배우들 의상은 꽤 예뻐서 마음에 들더라. 여배우들 의상은 여전히 별로. (외국 드레스풍의 의상을 왜 포기하지 못할까.-_-) 열이와 담이가 함께 있을 땐 햇볕처럼 따스했다가, 결정적인 장면들에선 서늘해지던 조명이 마음에 들었다. 등도 참 예뻤고. 전체적으로 내가 재연 때 질색했던, 그 질척거리는 느낌은 많이 빠졌고 훨씬 담백하다. 몇몇 씬의 오글거림은 어쩔 수 없지만, 뭐, 이 정도로도 난 훨씬 보기 편하다. 우선 무대랑 의상이 마음에 든 걸로도 충분해.... 아무튼, 생각보다 더 재미있게 봤다. 


주변에 농담처럼, "윤나무가 웃어요. 윤나무가 울어요. 윤나무가 화내요. 윤나무가 죽어요. 풍월주 끝."이라고 했던, 내 관람 이유의 전부. 윤나무 사담. 열이랑 운루에 와서는, 자존심은 상해도 열이 때문에 잘 버티고 사는 사람. 진짜로 밖에선 열이 먹여 살렸을 것 같다. 꽤 강하다. 밝고, 웃음 많고, 거짓말은 정말 못하지만(ㅎㅎ) 궁곰이랑도 사이 좋게 잘 지내고. 무엇보다 열이를 정말 아끼고 좋아한다. 성격 확실하고 강한 윤나무의 사담. 표정이나 목소리톤을 조절하는 연기도 참 좋지만, 나는 이 배우의 손이 주는 느낌을 정말로 좋아한다. 손이 참 다양한 이야기를 하거든. 연기하는 윤나무를 보는 건, 여전히 재미있다. 참, 노래가 안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좀 놀랐다. 저음이 기가 막히게 좋아요. 하긴, 뭔들 안 좋을까. 요새. 

윤나무도 윤나무지만, 사실 이지숙의 진성에 가장 놀랐다. 노래는 당연히 잘하겠지만 캐릭터가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25일 공연에선 진성이 이 공연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엔딩씬이 정말 좋았다. 진성이 너무 어린 느낌이 나는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열이와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그 차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잡지 못하는 그 애달픔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참 슬픈 여자다. 초연부터 죽 생각했지만, 풍월주에서 캐릭터적으로 가장 매력이 있는 건 진성이다. 

윤석원 운장은 참 멋있더라. 저 분은 분명 왕년의 운루 최고 인기남이었을 거다. "여왕님, 열이가 왜 좋아요. 그냥 운장을 잡으세요. 저 멋진 남자를 왜!!" 하고 속으로 외쳤다;;. 여왕이 사랑하는 열이를 보듬는 만큼 담이에게는 차가우면서도, 담이가 안 볼 땐 또 조금은 안타깝게 바라본다. 궁곰도 귀엽고 잘 어울렸고, 담이랑은 물론 열이랑도 친해 보였다. 


'윤나무는 나한테 풍월주를 재미있게 보게 할 것인가?'가 첫 미션이었는데, 꽤 성공적이었다. 물론 이건 성공을 예상했던 거라. 이제, '윤나무는 풍월주로 나를 울릴 수 있을 것인가!' 가 다음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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