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6 10:45

9월-11월 뮤지컬 '풍월주', 끝 Show me money


뮤지컬 풍월주
2015.09.08- 2015.11.22


나는 9월 22일 첫 관람. 그리고 11월 22일 총막공까지 초대권 한 장을 포함해서 총 14회 관람.(윤나무 공연이 30회차 정도였으니, 얼추 반은 봤다.)



처음 풍월주 한다는 소식 듣고선 엄청 투덜대면서, 난 이거 두세 번 보고 말 거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죄송한 말이었습니다. 네. 제가 내 안의 윤나무-_-를 너무 얕봤어요. 

타이밍이 참 기가 막혔다, 이 배우. 만약 로기수 다음에 바로 풍월주를 했다면, 내가 윤나무라는 배우를 이렇게 좋아하진 않았을 텐데. ‘카포네 트릴로지’로 이미 애정을 가득 얻어간 다음에 풍월주라서 안 볼 수가 없었고, 결국 매우 재미있게 10회 넘는 관람을 했다. 세상에. 몇 달 전의 나한테 “넌 풍월주 14회 보게 될 거야.”라고 말했으면, 비웃었을 거야……. 어린이날에 빅버드 대신 대명으로 향한 건 참 잘한 일인데, 절대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 같기도 하다.ㅎㅎ 인천 원정대신 대명 간 것도 그렇고.


솔직히 말하면, 카포네 볼 때처럼 공연이 정말 재미있어서 정신 못 차렸던 정도는 아니었고. 윤나무 안 나올 땐 집중 못하고 멍했던 적도 있었지만, 삼연의 연출과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다. 아무래도 윤나무 덕이겠지만, 풍월주라는 극을 그래도 꽤 이해한 기분.


윤나무의 사담. 나에겐 좀 뻔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이 역인데, 굉장히 달랐다. 배우 본인의 색이 확실하게 보였던 윤나무의 사담이다. 굉장히 강하고, 자존심도 세지만 그거 죽여가면서 정말로 열을 먹여 살렸을 담이. 운루라는 공간을 너무나 싫어하는 게 티가 나는데, 그러면서도 곰이나 운장에게 꽤 기대는 게 보여서 그것도 안쓰러웠고. 자기 안위를 위해서는 쉽게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던 담이가 바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고,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건 오직 '열'이 때문.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지키고 싶은 단 하나. “나를 불러준 한 사람.” 이 이야기가 비극인 건,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라서. 자기 노선이 아주 확실한데, 그걸 열 역할의 배우들에 잘 맞춰서 보여줬다. 보면서 또 감탄했다는.(뭔들 안 좋을까, 싶지만....-_-;;)


윤나무가 만든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면서 합이 좋았던 건 이율의 열이었다고 생각한다. 둘의 조합이 가장 많기도 했고. 10월 말까지는 이 ‘율나무’ 조합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갈수록 이율의 극중 초반 애드립이 과해져서, 그게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이 둘이 만드는 후반부 씬들은 정말 좋았다. 
좀 의외였던 건 김대현의 열. 되게 묘했다. 호불호를 극단적으로 오가기도 했고. 이 조합의 막공이 인상적이었는데, 둘이 실제로 친한 게 공연에 드러나면서도 애드립이 결코 과하지 않아서 딱 좋았다. 중간중간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바꾸는 대사나 동작을, 서로 기가 막히게 잘 맞추더라. “내가 아니면, 누가 널 알겠냐.”라던 열이의 대사가, 그래서 참 좋았다.
10월 언젠가, “저래서 열이도 아프구나.”라고, 처음으로 열이를 느끼게 해준 성두섭의 열. 윤나무와의 회차가 가장 적었고, 내가 못 보는 날이 많았어서 좀 아쉬웠다.


여왕은 둘 다 좋아했지만, 정연이 좀 들쑥날쑥했던 편이었고, 이지숙의 여왕은 초반부터 확실하게 각인이 되어서 참 좋았다. 운장의 경우, 나는 처음부터 둘 다 마음에 들었던 편. 윤운장은 여왕에겐 하염없이 웃어만 주고, 운루 아이들에겐 약간 촐싹대면서도 다정한, 그러나 담이에겐 묘하게 냉정한 느낌. 반대로 심운장은 겉으론 차가운데, 티는 안 내도 담이에게도 애정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이를 향한 ‘남자로서의 질투’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고. 난 곰이 뺨 때리는 것도 나쁘진 않았는데, 다만, 후반부의 그 시들은......잊겠다.-_-


이런 느낌의 윤나무를 만나는 자체가 신선했고, 그래서, 윤나무가 언제 또 이런 역(혹은 이 역 자체를)을 할까 싶어서 열심히 봤다. 막판에 윤나무 5회차를 다 봤더니 총막 때 딱 내가 지쳐버려서, 끝나고는 “시원섭섭 아니고 그저 시원하다!!”고 외쳤거든. 물론 며칠 지난 지금도 섭섭하진 않지만(ㅎㅎ), 그래도 재미있게 공연 봤으니까. 즐거웠다. 내가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신기했던 두 달. 

이제 풍월주는 끝. 곧바로 차기작이 이어지는 터라, 또 즐겁게 “뉴 트리”를 기대한다. 당장 이번 주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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