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2 15:11

2015. 11. 27 첫 공연,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Show me money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2015.11.27 20:00 @광림아트센터 BBCH홀
Cast : 윤나무, 심형탁, 김지현, 김로사, 김동현, 한세라, 김종철, 강정임, 조한나, 신창주, 김바다, 김선영, 손은지, 조창희

원작 : Mark Haddon / 극본 Simon Stphens 
연출 김태형 / 번역 이인수 / 작곡 김경육 / 안무 신선호 / 무대 정승호 / 조명 마선영 



++ 이런저런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을 빼기 위해 애썼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소설 원작. 해외에선 상도 많이 받았고, 놀라운 무대 연출로 찬사를 받은 작품이란다. 국내에선 이번이 초연이다. 무대와 연출을 그대로 가져온 레플리카 공연은 아니고, 국내 제작진의 손길이 많이 닿았다. 초연이다 보니 정말로 정보가 하나도 없었는데, 그래서 더 궁금하긴 하더라. 마침 윤나무가 첫 공연을 하길래, 국내 초연작의 첫공이라는 나름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기로 했다. 극장에 앉아서 암전되기 전까지, 꽤 두근거리더라는.


이야기는 소설 그대로다. 배경은 영국. 자폐증을 앓고 있는 크리스토퍼라는 소년의 옆집 개가 살해당하고, 그 범인을 찾으려던 소년이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좀 더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성장담. 책에서 온전히 1인칭 시점으로 쓰였던 것들이, 연극에서는 무대 위에 구현된다. 넓은 무대는 소년이 사는 마을이었다가 숫자가 가득한 크리스토퍼의 머릿속이 되기도 하고, 때론 복잡한 지하철, 때론 별들이 눈부시게 빛나는 우주가 된다. 조명, 다양한 무대 장치, 거기에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해져서 만들어지는 환상적인 공간. 

그리고, 그 안에 크리스토퍼가 있다. 무한한 우주를 가진 소년. 
그러나 사람과 닿는 게 싫은 소년. 엄마를 힘들게 하고 아빠를 화나게 하는, 소통이 어려운 작은 아이. 

다양한 무대 장치 속에서 언뜻 신기하게만 보일 수도 있는 이 극은, 시작도 끝도 또 다른 시작도 바로 거기다. 크리스토퍼. 조금씩, 조금씩. 소년은 성장하고, 아빠와 엄마도 아이와 함께 배우고, 자란다. 환상적인 무대 속에서도 결코 그것을 잊지 않는다는 게 이 극의 매력이다. 

3시간. 굉장히 긴데, 크리스토퍼가 무대를 떠나는 시간이 1막에서 20초 남짓 될까. 대사량과 움직임이 어마어마하다. 초연 작품의 첫공을 담당한 윤나무의 크리스토퍼, 이미 완전한 크리스토퍼가 거기에 있었다. 툭툭 내뱉는 것 같지만, 그 아이의 다정함이 담긴 목소리로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 안쓰럽고, 예쁘다. 이 소년.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지만,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는, 예쁜 눈을 가진 15세 크리스토퍼가 무대 위에 있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조명이나 무대가 신기하긴 해도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고, 또 크리스토퍼의 시점이라서 편히 기승전결로 흐르진 않는다. 극의 끝이, 사실은 결코 끝일 수도 없고. 또 어쨌든, 무대가 너무 크다.(대극장에 올릴 극은 맞는데, 그래도 BBCH홀은 너무 크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류의 연극은 아니니, 오히려 편하게 눈으로 좇아가면 충분히 재미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크리스토퍼의 손과 닿지 않을까. 


그건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건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되묻는 소년에게, 시오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쉽진 않겠지. 소년은 여전히 자폐증을 앓고 있고, 엄마와 아빠는 길고 어려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잘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믿는다. 소년이 먼저 다가와 손을 뻗는, 따뜻한 커튼콜처럼. 

커튼콜 사진은 따로 링크. : http://inblue.egloos.com/5288432


그리고, 이건 사소한 덧붙임.

2014년 11월 27일, 사춘기로 시작해서, 2015년 11월 27일, 한밤개까지. 딱 1년 동안의 티켓.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정말로 너무, 잘해서요. 잘해서 좋았고, 그래서 또 봤고, 자꾸 잘해서 더 좋아졌지요. 1년, 덕분에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윤나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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