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8 09:07

11월의 공연 : See what I wanna see, 오페라 리타, Who am I Show me money

풍월주를 제외한(…) 나머지, 11월에 본 것들 정리.



뮤지컬 ‘See what I wanna see’
2015.11.07 19:00 @프로젝트박스 시야
Cast : 박은석, 이준혁, 최재림, 조진아, 장은아

상암 갔다가 여기로 바로 이동. 2008년 초연 이후, 소위 덕들에겐 약간 ‘유니콘’같은 공연? 그때도 워낙 망했;;고, 영상 남은 것도 별로 없고, 이후로 올라올 기미도 없고. 이래저래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던 공연이다. 그래서 딱 2주 공연의 티켓팅이 발표되었을 때 난리가 났던 거지. 지인 덕에 운이 좋게 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초연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처럼 엄청나게 좋아했던 건 아닌데, 딱 시작하는 순간에 되게 반가워서, 스스로 좀 놀랐다. 사라락, 휘릭. 그 효과음들이 귀에서 살아나더라. 오랜만에 올라오는 공연을 보면 이런 기분이구나, 신기했다.  ‘이미지’로 기억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 그 이미지에 아주 큰 몫을 하는 건 음악. 난 이 공연의 음악이 참 좋다.

박은석과 조진아가 참 괜찮았고, 이준혁은 대사톤이 특이해서 (호불호와 별개로) 좀 신기했고, 장은아는 좀 아쉬웠다. 특히 2막. 최재림에겐 내가 워낙 후하니까요. 1막은 너무 학습화된(;;) 강도 같긴 했지만, 2막의 기자는 되게 좋았다. 사실, 이번 공연은 시범 공연에 가까워서.. 이 극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다는 자체로, 그냥 반갑다.


예전에 볼 때는 1막이 되게 재미있었고, 2막은 음악 듣는 재미(배우들 화음 들어가는 노래들이 아주 근사했거든.)로 봤었는데, 이번엔 2막이 좀 묘하게 다가오더라. 작년에 우리나라도 너무 큰일을 겪었기 때문일 거다. 신의 부재.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에 답을 주지 못하는 신을 향한 불신. 머릿속을 휘젓는 이런저런 생각들.


이번 공연은 내년에 제대로 올리기 위한 사전 준비란다. 그때 또 봅시다.



오페라 ‘리타'
2015.11.8 15:00 @충무아트홀 블랙
Cast : 이경수, 최재림, 장유리, 조순창

순전히 이경수 보는 목적. 작년 이날에도 이 공연 봤더라? 그러니까 정말로 365일 만에 보는 이경수 되시겠다. 정말정말 반가웠고,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와 대사톤. 오빠(!!), 무대에서 보고 싶어요. 오페라 말고, 제발 다른 공연으로.

최재림이 머리를 자른 탓에 가스파로의 ‘상그지’스러움이 줄었다. 가발로는 그 느낌을 살릴 수가 없었어. 참, 작년에 비해 배우 한 명이 바뀌었는데, 전혀 차이를 못 느끼는 이 놀라움.



뮤지컬 토크 콘서트 ‘Who am I’
2015.11.30 20:00 @올림푸스홀
Cast: 임강희, 박성훈, 윤나무 with 이건명

‘극’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이야기쇼도 흥미가 없던 나에게 이런 콘서트가 재미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어쨌든 윤나무에 대한 팬심이 가득한 요즘이니까. 게스트로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거면 안 가겠지만, 우리 오빠(!)가 두 시간 동안 내내 무대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봤습니다.

워낙 친한 사람들이라, 두루뭉술한 소재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세 사람이 투닥대는 모습이 재미있긴 했다. 딱 그 정도의 재미를 기대한 거니까. ‘현실 윤나무’가 툭툭 튀어나오는, 아무래도 내겐 낯선 그 분위기 속에서 가장 좋았던 건 자기가 좋아하는 대사를 읽어줄 때.

윤나무는 현재 공연하는 ‘한밤개’의 긴 대사를 골랐다. 읽어달라는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대사가 적힌 벽이 아니라 객석을 바라보는데, 순간 확 달라지던 윤나무의 표정과 주변 공기. 윤나무가 첫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낸 순간 주변의 동요가 느껴진다. 크리스토퍼였다. 크리스토퍼가, 객석의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 그 1분 남짓한 시간이 얼마나 근사했던지. 두 시간의 공연 중 최고의 장면은 바로 이때.

그리고 또 한 장면. 임강희가 로기수의 ‘당부’를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부르다가 “기수야”하고 나직하게 부르니까, 옅게 웃으면서 걸어 나오는 윤나무, 아니 그냥 기수다.  “절대 포기하지 마, 꿈꾸며 살아.”라고 노래하고선, “알갔소.”하며 씨익 웃을 땐, 다 커서 복심이와 재회한 기수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되게 울컥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 우리 기수,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워.

이 두 장면만으로, 이날의 콘서트는 나한테 충분했다. 아, 번점 테마곡을 윤나무 목소리로 들은 것도 좋았고. 인우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은 전에도 했었는데,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용으로 위닝일레븐 한다고, 유일하게 하는 게임이라고 할 때 좀 웃은 건 내가 축구팬이라서.ㅎㅎ 옆에서 박성훈이 욕하면서 한다고 구박하니까, “당연히 들어가야 할 골이 안 들어갈 때 빼고는 욕은 안 해요.” 하는데…..네..그거 욕이 절로 나오지요, 나도 그래요. 으하하.


윤나무, 크리스토퍼, 로기수. 세 사람을 다 만나서 즐거웠던 시간.


마침 영상이 올라왔길래 링크
윤나무 '불타지 않는 곳' https://www.youtube.com/watch?v=dt-Rb8-b-4E
윤나무, 임강희 '그게 나의 전부란 걸' https://www.youtube.com/watch?v=IxuFA0SOY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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