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7 08:58

12월,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Show me money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2015.12.04 20:00 cast : 윤나무, 김영호, 김지현, 양소민, 김동현 외 동일
2015.12.12 18:30 cast : 윤나무, 김영호, 배해선, 양소민, 김동현 외 동일 
 
12월 12일의 캐스트보드



연예인들이 나와서 그런가, 공연 흥행과는 별개로(;;) 검색이 자주 되네. 그래서 추가해보는 12월의 후기.
 
4일 공연은 원래 볼 생각이 없었다가, 마침 소셜 티켓이 풀렸길래 궁금했던 2층에서 관람했다. 와. 진짜 좋더라. 이 공연, 꼭 2층에서도 봐야 한다. 바닥 영상이 생각보다 많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고 나니 공연이 훨씬 풍성해진다. 무대 4면을 다 아우르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나도 이게 두 번째 관람이라서. 첫 관람 땐 보고 들리는 것들을 우선 소화하느라 바빴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품에 안은 기분이었다. 첫공도 정말 좋았지만 두 번째 관람은 더 풍성하고, 즐겁게.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세 번째는 다시 1층으로. 좀 더 나답게 본 공연. 눈물 대신, 조금 차분하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이 공연, 감정적인 울림이 아주 크다. 아프기도 하고, 슬프고, 당연히 눈물도 난다. 하지만 웃을 수 있다. 씁쓸하고 아프지만, 그만큼 다정한 연극. 그 아픔을 감수하고 웃을 수 있는 극. 그런 결말. 한밤개, 정말로 좋은 극이다.
 

극에 관해서는 제작진의 이야기가 담긴 이 기사 하나면 될 것 같다. http://www.jungcultur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40 

정승호씨는 “세상을 아예 다르게 바라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고 작품의 핵심을 설명했다. 이어 “원작가가 칼럼에, 자폐를 지닌 아이에게 연민을 쓰기 위해 이 작품을 쓴 게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보는 존재를 담아내기 위해 글을 쓴 걸 봤다” 며 “자폐 아동을 다루지만 그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에 포커스가 있는 게 아닌,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아이. 크리스토퍼는 낯선 사람이 닿으면 마치 강아지처럼 짖어댄다. 기차나 전철 타는 법을 모르고 티켓 사는 법도 모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웃는 이 소년을 향한 사람들의 이상한 눈초리. 소년의 눈에 다르게 보이는 그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년은 얼마나 외로울까. 그래서 우주를 그렇게나 좋아하는 걸까. ‘기다려’라고 말하면서 ‘몇 분’을 기다리면 되는지는 말을 안 해주는 걸 이해 못하는 크리스토퍼는, 대신 우주와 블랙홀과 물의 순환으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처럼.
손을 잡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난 누가 내 손 잡는 거 싫어요.”라고 말해야 하는 소년의 세상. 소년이 조금 더 직접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건 런던의 새벽씬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 힘든 일도 사소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크리스토퍼의 눈빛. 그래서 2막 내내 런던씬이 슬프다. 떠난 엄마도, 그런 일을 저지른 아빠도, 매정하게 말하는 로저조차 사실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저 소년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 

“아무것도 해결이 안 돼.”라는 엄마의 대사는 현실이다. 엄마는 로저와의 외도를 끝내고 다시 스윈든으로. 아빠와 크리스토퍼의 사이는 오히려 후퇴했다. 크리스토퍼의 현실은 겨우 제자리거나, 되레 더 물러섰거나.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까. 엄마도, 아빠도, 크리스토퍼도 그 한밤중의 사건을 겪으며 한 뼘씩 자랐다. 조금씩, 앞으로 간다. 모두의 성장극. 씁쓸하지만 다정한 이야기. 
 
 
수학시험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된다고, 그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시오반 선생님에게 크리스토퍼는 대답했다. “하고, 싶어요.” 커다란 무대 위에서 홀로 뛰어다니는 크리스토퍼. 그 반짝거리는 눈. 행복한 소년.
 
 
윤나무의 크리스토퍼. 차근차근, 자기 세상 안에서 자랐다. 내가 당신과 달라서,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슬픈 소년. 런던의 별빛을 말할 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을 본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가 아프다. 크리스토퍼 스스로도 자기가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는 않지만, 믿고 싶으니까. 그래서, 더 크게 응원하게 되는 커튼콜. 그리고 엄마를 정말 좋아한다, ‘트리스토퍼’는. 중간중간 공연의 공기를 가볍게 해주는 대사들도 참 잘 살리고, 가벼워서 그런가, 핑그르르 잘 뛰고 잘 돌더라. 몸을 잘 쓴다. 아주 가뿐가뿐. 샌디와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지난번엔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는 샌디에게, “맛있어?”라니. 정신없이 얼굴 핥아대는 샌디를 품에 안고는 몇 번이나 뽀뽀해준다. 첫 만남부터 사랑에 빠진 크리스토퍼와 샌디.
 
샌디, 샌디. 이 극에서 절대 빼놓으면 안 될 이름.  ‘강아지’라는 존재가 그렇다. 단번에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그 완전한 사랑스러움. 샌디가 등장하면 “아-“하는 낮은 감탄사가 극장에 퍼지면서 공기가 달라지는 기분이다. 몽글몽글함. 그게 참 예쁘다.
 
 
 
한 달 반 남은 공연 기간. 정말로 좋은 공연이다.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 
꽤 쓰면서도, 무척 사랑스러운 ‘한밤개’라는 이 연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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