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1 18:30

12월의 공연 : JSA, 머더발라드, 엘리펀트송, 한밤개 Show me money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2015.12.05 19:00 @대명1관 비발디파크홀
cast : 이건명, 정상윤, 최명경, 정순원, 이기섭 외 

새 시즌에 다시 보는 JSA. 나한테 아주 강렬한 기억을 주거나 한 건 아니지만, 무대에 올라오면 한 번은 보고픈 극. 역시 좋은 공연이다. 이건명의 베르사미가 등장부터 너무(!) 멋있어서, “오빠-“하며 감탄한 건 문제 아닌 문제.ㅎㅎ

좋은 공연, 좋은 배우들의 합. JSA는 기승전경필로 끝나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우진이가 마음에 남았다. 착하고 다정한 동생. 온몸에 구멍이 뚫려 죽어간 불쌍한 녀석.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그 묘한 표정의 정우진. 정순원, 참 좋았다.




뮤지컬 '머더발라드'
2015.12.18 20:00 @충무아트홀 블랙 
cast : 가희, 정연, 강태을, 박한근 

벌써 사연인가 그렇다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봤다.

친구와 둘이서, 오직 ‘정연’ 한 명만 보고 예매했다. 다른 캐스트는 그냥 프로필 사진 보고 마음에 든 사람들로 고른 것. 예매하고도 사실 좀 걱정을 했는데, 나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겠지만 같이 보는 친구가 과연 이런 걸 좋아할까…싶었거든. 그런데 세상에, 나도 나지만 이 친구가 엄청 재미있게 보고 나온 거지!! 극장 나와서는 둘 다 신이 나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수다도 실컷.

어둡고 유혹적인 무대, 화려한 밴드 음악. 자극적이지만, 뜨겁고 매력이 있다. 극도, 배우들도, 분위기도. 위가 아프고 입이 뜨거운데도, 맵고 맛있는 음식을 계속 먹는 기분이랄까. 이런 스타일의 극도 있어줘야 하는 거다. 90분 딱 즐기고, 커튼콜 때 신이 나게 놀고선 시원한 기분으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뮤지컬.

여자 배우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탐과 마이클, 이극의 두 남자들은 사라와 나레이터를 위한 조연이라는 게 내 감상.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위험한 일탈을 꿈꾸는 사라, 그리고 끝까지 알 수 없는 매력을 가득 풍기는 나레이터. 가희와 정연 모두 캐릭터와 정말 잘 어울렸고. 정연씨 노래 정말 잘하더라. 풍월주 때의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

올해 본 극 중에서, 순수하게 ‘재미있다.’라는 감정으론 탑5 안에 들 공연.



연극 '엘리펀트송'
2015.12.25 14:00 @수현재씨어터 
cast : 이재균, 정원조, 정영주

가볍게 이야기하면, “역시 아이는 원할 때 계획적으로 낳아서 키우자. 그래야 애도 좋고, 부모도 좋고(?).” 뭐 그런 건전한 교훈? 똑똑한 소년이 의사를 가지고 노는, 그런 심리극을 예상하고 갔다가, 사랑 받지 못한 소년의 슬픈 일탈(넓게 보자면.)을 봤다. 초반에 툭 던지는 몇 개의 단어가 어쩐지 귀에 남더라니. 연출이 밋밋한 감이 있어서, 밀당 좀 했으면 극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배우 연기, 정확히는 ‘마이클을 연기하는 배우를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극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거나 한 건 아니었다. 

마이클. 이재균과 정말 잘 어울리는 역할이다. 나이며 역할의 분위기며 스타일도 딱 이재균 적역. 보는 내내 참 재미있었다. 다만 그런 생각은 좀 들더라. 너무 이재균이라, 오히려 좀 더 나이가 있는 다른 캐스트를 보면 어떨까 싶었다. 

난 이재균이 꽤 좋다. 그 나이가 주는 반짝거림이 연기에 보이는 게 되게 재밌거든. 권창훈을 연상시킨다. 그러다가 간혹 보이는, 그 또래답지 않은 무시무시함까지도. 

정원조와 정영주는 마이클 혼자 날뛰는 이 극이 날아가지 않게 지탱해주는 추. 둘 다 대사 전달이 기가 막히다. 정원조는 목소리가 큰 편도 아닌데 정말 또렷하게 들리고, 정영주는 노래가 아니라 대사만 치는데도 귀가 시원해지는 기분. 타고난 목소리라는 게 있긴 하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5.12.04 20:00 윤나무, 김영호, 김지현, 양소민, 김동현 외
2015.12.12 18:30 윤나무, 김영호, 배해선, 양소민, 김동현 외
2015.12.27 14:00 윤나무, 심형탁, 배해선, 김로사, 김동현 외
2015.12.31 20:00 윤나무, 심형탁, 김지현, 양소민, 김동현 외

12월 31일의 캐스트보드


공연 후기는 몇 번 썼으니 링크로 대신.(http://inblue.egloos.com/5289400) 다른 더블 배우들은 골고루 나눠서 봤는데, 로저는 김동현만 봤다. 난 로저가 원캐인 줄만 알았네.-_-;;
우주비행사, 해변가, 장난감 기차, 런던 지하철, 머뭇거리다가 도로 거두는 손, 런던의 새벽 하늘, 가슴을 치는 주먹, 수학 문제 풀이, 마지막의 질문.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연. 예쁜데, 슬프다. 그리고 따뜻하고. 

12월 31일의 공연 때는 커튼콜 후의 문제풀이 장면 촬영이 가능했다. 08년 우승 영상이 담긴 내 오래된 캠코더(...)가 이번에도 수고해줬다.



P.S : 2015년 첫 공연은 윤나무의 사춘기였고, 마지막 공연은 윤나무의 한밤개. 처음은 의도한 게 아니었지만, 마지막은 당연히 의도적이다. 농담처럼 '탈트리(;;)'를 외쳤지만, 당장 그게 안 될 건 내가 아니까요. 앞으로도 한동안은 즐겁게 극장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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